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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Apr 08. 2023

신, 있습니다

조원강시집 - 첫 번째 ,

오늘 강릉에는 동해에서 가장 따뜻한 태양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 동쪽을

한참 찾았습니다

당신이 엎드려 절하는 방향도 모른 채

저는 당신이 절하는 걸 상상하며

고개를 조아립니다

당신이 섬기는 신을 나는 섬기지 못하지만

그 마음을 섬기기로 합니다

아! 저에게도 가슴 깊은 곳에 

신이 있었습니다 아니, 분명 있습니다

스물하나, 5월의 어느 오후

나는 무거운 짐을 든 채

목적지만 정해 놓은 걸음을 한 발 내딛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생전 그렇게 긴 거리는 처음이라

내게 동행할 신이 필요했습니다

그때는 내 가슴 안에 분명 신이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아무 힘도 내게 주지 못하면서

내 어깨, 허리를 오르락내리락하던

태어나면서 신을 섬기기로 정해진 당신이

머나먼 길을 떠나 먼바다 동해에 왔습니다

해가 떠오를 때 당신은 신을 떠올리고

나는 새로운 신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강릉의 가장 따뜻한 태양이 내 콧잔등을 어루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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