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시집 - 첫 번째 ,
오늘 강릉에는 동해에서 가장 따뜻한 태양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 동쪽을
한참 찾았습니다
당신이 엎드려 절하는 방향도 모른 채
저는 당신이 절하는 걸 상상하며
고개를 조아립니다
당신이 섬기는 신을 나는 섬기지 못하지만
그 마음을 섬기기로 합니다
아! 저에게도 가슴 깊은 곳에
신이 있었습니다 아니, 분명 있습니다
스물하나, 5월의 어느 오후
나는 무거운 짐을 든 채
목적지만 정해 놓은 걸음을 한 발 내딛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생전 그렇게 긴 거리는 처음이라
내게 동행할 신이 필요했습니다
그때는 내 가슴 안에 분명 신이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아무 힘도 내게 주지 못하면서
내 어깨, 허리를 오르락내리락하던
태어나면서 신을 섬기기로 정해진 당신이
머나먼 길을 떠나 먼바다 동해에 왔습니다
해가 떠오를 때 당신은 신을 떠올리고
나는 새로운 신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강릉의 가장 따뜻한 태양이 내 콧잔등을 어루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