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세대
나는 1999년 순경 공채로 임용된 25년 차 현직 경찰관이다.
시골 출신인 나는 논과 밭 등 농촌의 풍경과 인심을 일부 접할 수 있었던 구파발, 진관내·외동을 관할하는 은평경찰서로 첫 발령받았고, 그 당시 그곳은 지금의 은평뉴타운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볼 수 없는 서울에서 비교적 치안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이었다.
2023년에는 여경 2만 명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2023. 2. 19. 경찰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 총원 13만 2,595명 중 여성 경찰관 수는 1만 9,688명으로 14.84%이며 그 비율도 역대 최고이다.
은평경찰서 재직 당시 약 500명이 살짝 넘는 경찰관 중에서 미혼인 여경은 한 명에 불과하였고, 경찰서 전체에서도 10명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일부 직원들은 여경을 과장(경정 계급으로 5급 사무관에 해당)과 동일 선상에서 대우하고, 대우받는 것을 당연시했던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던 듯싶다.
그러나 왕언니 등 나이순에 따른 그들만의 내부 규율이 엄격하여 복장, 화장, 직장 내 언행 등에 있어 경찰업무 특성에 맞는 근무 문화가 있었다.
나는 2009년경 강남권 경찰서로 자리를 옮겼고, 같은 형사과에 근무하는 여경인 선배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 그 연유를 들어보니, 강력팀장인 여경 선배로부터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야 이년아. 어떤 놈을 홀리려고 빨간색을 바르고 출근해”라는 질책을 받았다는 사연이었다.
그 당시에는 갑질이 무엇인지? 설혹 그러한 제도가 있거나 이를 알았더라도 감히 문제화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왜 못했어요?, 그게 바보죠”라고 질책한다면,
“그땐 그랬어”라고 말할 뿐이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곳은 강남권 또 다른 경찰서이고, 주차장이 협소하여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수시로 받는다.
지난주 비가 억수로 내리고 있을 때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경찰서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더니 경찰에 임용된 지 3년 차인 젊은 여경이 미니스커트를 착용한 채 경찰서 건물 출입문 앞에서 나름 담배를 멋있게 피우고 있었다.
남성 경찰관이 그곳에서 매번 흡연하는 장소인지를 불문하고 충격이었다.
2012년 4월 27일 대구지검 서부지청 앞에서 경찰청 수사국 수사구조개혁단 소속 이지은(34) 경감(경찰대 17기)이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1인 시위를 펼쳐 관심을 끌었고, 이는 경남 밀양경찰서 소속 경찰에게 폭언과 수사축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검사에게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시위한 것이었다.
이지은 경감의 미니스커트 1인 시위와 3년 차 여경은 분명히 결을 달리한다.
“그래도 경찰서인데, 계급도, 나이도 있는데”
“안됩니다. 그런 말하면 갑질이다. 뭐다.. 골치 아픕니다. 꼰대라는 소리 듣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 그리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처신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