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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2019년 1월 인터뷰

[취재/글: 이준동]

[사진: 박술녀한복]

2019년 1월 인터뷰 진행 후 기사 컨펌까지 마쳤으나, 매체 사정으로 보도되지 못한 기사 자료입니다.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사진=박술녀한복 홈페이지]

         

박술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이자 한복 연구가다. 그녀는 자신의 회사인 ‘박술녀 한복’을 거점으로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녀가 한복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름다운 한복으로 한복의 대중화, 한국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한복은 급격한 유행의 변화는 없지만 그녀의 타고난 감각으로 현시대에 맞춰 조금씩 세심하게 진화해 나가고 있다. 한복은 무조건 몸을 가리는 일반적인 의상이 아니라 ‘속’과 ‘목선’을 강조하는 우아함을 갖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라 자신 있게 말하는 대한민국 대표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여사를 만나 한복과 함께 해 온 인생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눠봤다.      


박술녀의 명품한복과 함께하는 사랑 나눔 패션쇼 휘날레 [사진=박술녀한복 홈페이지]


[박술녀]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렇게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너무 반갑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전통의상인 한복을 디자인하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박술녀라고 합니다. 아마 한복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한복을 맞추려 정보를 찾아보신 분이라면 저의 이름이 조금은 익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34년(2019년 기준)이라는 시간 동안 저의 이름을 건 ‘박술녀 한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한복이 좋아서 아름다운 한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께서 저의 한복을 인정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한복을 아껴주시는 대표적인 인물은 박지성, 류현진, 김연아, BTS, 유재석 등 최고의 스타분들이 계시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제이슨 므라즈 등 해외 유명 스타들도 저의 한복을 사랑해주고 계십니다.   


박술녀한복 [사진=박술녀한복 홈페이지]


[박술녀, 그리고 한복]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기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그리 녹녹지만은 않았습니다. 가끔 뒤를 돌아보고 옆을 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한복만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 가끔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분들께서 저와 저의 한복을 사랑해 주셔서 그 힘으로 지금까지 한복 하나만을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한복이라는 아름다운 의상에 매료되고 근 반백 년 동안 디자인하고 연구할 수 있던 계기는 바로 저희 어머님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대한민국은 참 가난한 나라였죠. 저희 집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고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하나’ 고민을 이어가던 시절이었죠.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웃집 또는 친적집에 결혼식이나 환갑잔치 등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면 저희 어머니는 항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복을 차려입으셨습니다.          


어머니의 그 아름다운 자태가 지금까지도 제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한복이란 옷 한 벌이 이렇게 사람을 아름답고 우아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제 인생을 한복에 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KBS2TV 박원숙의 같이삽시다 [사진=박술녀한복 홈페이지]


[한복 거장, 이리자를 만나다]

그렇게 무작정 한복을 업으로 삼기로 한 다른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  저는 한복학원을 다녔어요. 학원을 다니며 당대 최고의 한복 디자이너이신 ‘이리자’ 선생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내가 최고가 되려면 그분께 한복을 배워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한복을 시작했던 그때처럼 무작정 이리자 선생님을 찾아가 거절당하길 수차례, 저의 끈질긴 모습에 이리자 선생님도 겨우 마음을 열어주시고 저를 받아주셨습니다. 사실 저도 ‘이리자 선생님께 배우지 않으면 나는 최고가 될 수 없다’라는 신념 하나로 매달리고 또 매달렸죠.          


그렇게 시작해 7년이란 시간 동안 이리자 선생님께 한복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때가 됐다라며 저의 손을 놓아주셨고 저는 ‘한복’이라는 단 하나의 생명줄을 부여잡고 세상에 홀로 맞서야 했습니다.          


[박술녀한복]

‘박술녀’라는 저의 이름을 걸고 작은 한복 가게를 열었습니다. 최소한 내 이름 석 자에 먹칠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젊은 시절 혈기에 찬 도전이었죠. 그렇게 초라하게 문을 연 ‘박술녀 한복’이 어느덧 34년의 세월을 이어갔고 지금은 한 건물을 통째로 쓸 만큼 성장했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출근해 ‘박술녀 한복’ 건물을 올려다보며 지난날을 회상하곤 합니다. ‘내가 한복이라는 것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었던 그 시절, 소공동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양장점들을 보며 한복이 과연 얼마나 그 생명을 이어갈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 많던 소공동 양장점들은 하나하나 사라져 갔지만 우리 ‘박술녀 한복’은 이렇게 건강하게 성장했습니다. 그 시절 고민과 걱정이 부질없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아마 제가 살아온 길이 그렇게 가시밭길은 아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혈기왕성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말 그대로 머리가 파뿌리가 되었습니다. 14년 전에는 갑상선암을 이겨내기도 했죠. 아이를 출산하고 그다음 날 무통주사를 맞고 가게에 나와 미싱질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선택한 어려운 길이었기에 굳이 쉽게 가고 싶지 않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에 대한 욕심은 가족에게 대한 미안함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세상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그런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고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주지 못했던 것이 참 후회스럽고 가슴 아픕니다.          


이제는 ‘박술녀’의 자녀라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힘이고 그늘이자 빛이 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자녀들에게 되돌려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녀들에게 더 오랜 시간 많은 것을 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저의 건강입니다.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려면 제가 그만큼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양치질 같은 사소한 일상에서도 항상 청결하고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보니 청결 역시 중요한 건강관리의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리고 하루 2시간씩 매일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저의 옆에는 언제나 우리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남은 시간을 소중한 가족과 함께 오래오래 지내려 노력하는 것이죠. 물론 ‘박술녀 한복’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도 더 아름답고 더 세련된 한복을 선사하기 위해 매진할 것입니다.          


The MBC Korea Culture Festival in London [사진=박술녀한복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제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 분들께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복은 우리 한민족의 염원이 담긴 상징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40년 이상 한복집을 운영하며 자주 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서양 브랜드 옷이나 가방 하를 사는 데에는 수백만 원씩 지출하는 것에는 관대하면서 정작 우리의 한복을 구입하는 데에는 인색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한국 사람들은 이탈리아 식당에서 파스타 한 접시 먹는데 몇만 원 지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며 한식집에서 정성스럽게 요리한 된장찌개는 7천 원이 넘어가면 비싸다 생각합니다.          


한복과 한식, 모두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야 하며 보존하고 후손에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우리 한민족만의 고유한 상징입니다. 서양문물이 우리 생활의 점령하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척박한 지금 우리의 삶에 한가닥 희망과 포근한 안식처가 될 수 있는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사랑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항상 저 박술녀와 ‘박술녀 한복’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 평화가 깃들길 바라며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1월 박술녀한복 매장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이준동]


사용된 글과 인터뷰는 직접 취재/작성한 자료입니다. 브런치 저작권 규정 개정으로 근거자료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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