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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포레스트 Dec 01. 2024

빚을 내면 큰 일 나는 거 아닌가요

껄무새


껄무새...


한동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절묘하게 갖다 붙이는지 감탄하곤 했다. "그때 강남 아파트를 살걸." "그때 비트코인을 살걸." "그때 팔걸." 그리고 껄껄껄 웃으며 이어지는 말들. 이 말은 그렇게 앵무새처럼 과거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약간 조롱하는 뉘앙스로 불린다.


나도 내 인생에서 ‘껄껄껄’을 셀 수 없이 반복했던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큰 껄껄껄은 경제에 관한 것이었다. 엄마는 장사를 하셨고, 아버지는 돈이 되지 않는 바둑학원을 운영하셨다. 두 분 모두 안정적인 수입을 성공한 삶의 제일 조건으로 생각하셨다. 나는 착한 딸이었고 그런 안정성을 추구하는 교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경제 상식이 필수적인 요즘 세상과는 멀어져갔다. 마치 자본주의 세상의 중심에서 혼자 뚝 떨어진 섬에 살면서도 내가 섬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던 것과 같다. 아니, 어쩌면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은근히 낮춰보는 오만한 고고함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믿었다.



4학년 반 아이들과 함께 모의 시장놀이를 했다. 자료를 올려주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과 함께 기대하며 준비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 활동을 완성도 있게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데 웬 걸 아이들은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진지했다. 전략을 짜고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모습들이 정말 생생했다. 


미래의 사장님들 홛동 사진


“선생님, 마케팅이 뭐예요?” 


대부분 처음 듣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초콜릿을 서비스로 준비해 온 아이, 자신의 몸에 전단지를 붙이고 돌아다니는 아이, 전단지를 직접 만들어 나눠주는 아이까지. 그 열정은 보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나게 했다. 2차시로 계획된 활동을 4차시로 꽉꽉 채워서 활동하고 난 후 마침내 아이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선생님, 다음에 또 해요!” 


다행히 아이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나 보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아마 내가 자라오고, 살고 있는 지금보다 더욱 빠른 시대적 변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부디 나보다는 더 빨리 경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눈을 뜨기를 기도해본다.




나는 한때 빚을 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투자는 도박과 다를 바 없고, 가까이 하면 손모가지를 날릴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위라 여겼다. 그렇게 주입된 믿음은 내 가치관을 형성했고 내 세계와 실제 세상은 점점 더 멀어졌다. 그러다 육아휴직 5년 차, 복직을 앞둔 2월. 가슴이 아린다는 말로도 부족했던 현실이 나를 덮쳤다. '없으면 아끼면 된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알싸하고 쓰라린 순간들이 내 가치관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세상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저항하려 애쓸 게 아니라 그 흐름 위에 올라타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도 나는 돈을 공부한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는 나와 비슷한 ‘껄무새’로 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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