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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계획 - 3. 정착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그리고 포르투갈

by 안지안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은퇴 계획을 세웠다. 아버지는 62세에 은퇴하셨고 지금은 80대이다.

성공한 삶을 사셨는지는 자신이 평가하시겠지만, 옆에서 지켜본 아버지의 은퇴 후 20년은 평안하셨다.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간다. 아버지를 보면서 3개 Phase의 계획을 세웠다.


Phase 1은 75세까지 이전과 다른 제2의 커리어, 그리고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Phase 2는 85세까지 인생 전체를 정리하는 기간, 글쓰기와 텃밭 가꾸기에 시간을 보내자

Phase 3는 100살까지 산다면 나중에 고민해 보자.


은퇴 계획을 처음 고민할 때 재무 계획이 90%를 차지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은퇴 계획은 삶에 대한 가치관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부부 가치관이 일치한다면 서울 집을 팔고 지방으로 가거나, 다운사이징하면 재무계획은 해결된다.

차을 없애면 보험료와 기름값이 안 들고, 장거리 여행이 힘들고 소비도 줄어든다.

생각을 바꾸니 무겁게 느껴지던 재무계획이 한층 가벼워졌다. 물론 뒷배는 그 간 준비한 연금이긴 하다.


재무계획, 제2의 커리어, 건강도 중요하지만 은퇴 후 정착지도 중요하다.


살다보면 왠지 마음에 드는 도시가 있다.


은퇴 후 대부분의 세월을 서울과 마산에 살 거이지만

1년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그리고 1년은 포르투갈에 살아 보자.


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는

동남아 최대 불교 사원이 있는 관광 도시이자,

세계 200위의 가자마다 대학을 포함한 20개 대학이 있는 교육 도시이고,

전통 춤과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리고 전통 염색 공예품인 바틱이 유명한 문화 도시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후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점령했던 1946~1949년 인도네시아의 임시수도였고

족자카르타가 인도네시아 독립에 기여한 덕분에 자치권을 가지고 또 왕이 여전히 존재하는 특별구역이

되었다.



보로부두르 사원


쁘람바난 사원

족자카르타가 나에게 특별한 건 삶의 속도가 2배 느리게 가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나는 갈때마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경험을 했다.

이 도시에서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뤄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 회사에서 다툼이 있었고 감정이 상했는데 오늘 보니 아무 일도 아니다.

일상의 고민이 대부분 그러한데, 내가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다.


족자카르타의 날씨는 기본적으로 덥지만 므라피 화산이 있는 북쪽으로 가면 시원하다.

나는 북쪽 지방에 머무르면서 1년 동안은 관광가이드로 살면 된다.

최근 한국인 관광객도 많으니 일거리는 많을 것 같다.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1년을 살고자 하는 이유는 딱이 없다.

유럽은 짧은 여행 외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1년을 살아보고 싶다.

비긴 어게인에 나온 포르투갈이 좋아 보인다. 생활비도 싸다고 한다.

나중에 더 좋은 곳을 알게 된다면 그 곳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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