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실패의 역사
지난 20년간 나의 주식 투자 역사는
한국 코스피 역사 안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개미의 표본이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나는 '국제시장'이나 '1987'처럼 큰 역사의 흐름 안에서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국제시장'의 주인공을 보면 6.25 전쟁의 흥남부두 철수부터 독일 광부 파견, 베트남 전쟁 참여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평균적인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나를 볼 수 있다.
나를 보면 한국 코스피 시장에서 개미들이 어떻게 투자해 왔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식에 전혀 모르는 사람'
'주식에 관심은 있으나 함 해볼까 고민만 하던 사람'
'주변에서 추천해 주는 종목을 샀다가 데인 사람'
'처음에 운 좋게 돈을 벌었다가 더 크게 망한 사람'
'주식투자로 가끔 돈을 벌기는 하나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상황 파악 못하고 사람'
1999년~2000년 신입사원 시절, 회사 사람들은 모이면 주식 얘기만 했고,
주식계좌가 없었던 나는 새롬기술을 사야 하나 고민도 했으나 일이 바빠 실제 주식 매수를 하진 않았다.
그러나 친구 중의 1명이 새롬기술을 사고 팔아 마포에 집을 샀다는 배아픈 이야기는 가끔 들어야 했다.
인터넷 버블 붕괴 이후에야 주식 계좌를 개설했는데 뭘 사야 하는지도 몰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시기인
2002~2003년 카드 사태로 주식 시장이 붕괴했고, 나와는 상관없이 지나갔다.
주변 사람 중 주식투자를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었는데 다행이라 해야 하나.
2005년에 '안 친했던 친구'가 추천해 준 네이버를 천만 원 매수했는데 그 해 2천만 원에 매도했다.
자신감이 생긴 나는 보유한 현금과 퇴직금 중간 정산한 돈을 주식계좌에 넣었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계속 오르던 코스피가 2,000을 찍자,
주식 투자로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2008년 내 주식 계좌의 70%는 리만 사태로 하한가 3~4번 맞고 대부분 사라졌다.
그즈음의 일기를 보면 좀 아는 체하는 개미가 상황 파악 못하다가 돈을 다 날린 것으로 보인다.
2007.8.9일, '콜금리 인상으로 코스피 상승인 느려지고 어제보다 5포인트 오른 1908로 마감했으나
다시 상승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북협력 수혜주를 찾자'
2007.8.10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슈로 코스피가 80 포이트 이상 급락하고, 유럽의 BNP파리바로
언론이 시끄러운데 대세는 상승이라고 판단한다.'
2007.8.16일, '아.. 대폭락, 2번의 사이드카 발동' '두렵네.'
2007.8.19일, 사흘 만에 지수가 2,000에서 1,600대로 내려왔다. 쳐다보기 싫다.'
'담주 월요일 반등해 주면 좋겠다.''
이후 2008~2009년의 투자기록도 일기도 적지 않았던 것 같고 실제 찾아도 없다.
2008년 말 그리고 2009년은 한강에서 투신한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는 뉴스가 나왔고
나 또한 막막한 세월을 보냈던 거 같다. 시장은 빠른 속도로 회복했지만 주식 자체가 싫었다.
폭락과 손실의 PTSD에서 벗어나기까지 몇 년이 걸렸고,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종목을 주식을 매수, 매도한 것으로 계좌에 기록되어 있는데
크게 상승하지도 하락하지 않은 '재미없는' 시장이었는지 특별한 기억이 없다.
지금 보면 '이 개미는 주식의 큰 상승과 하락에서 도박과 같은 쾌락을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020년 코로나로 코스피 시장이 폭락했을 때 일부 수익이 났던 계좌가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보유 주식을 전부 다 처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스피는 폭풍같이 반등했고 2021년 역사적인 3,000 포인터를 넘었다.
상승의 확신을 가진 나는 다시 매수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점이 꼭지였고 나는 또 절망했다.
2022년에 코스피와 개별 투자와 이별하기로 결심했고, 미국 시장과 지수, 배당 투자로 전환했다.
나의 결심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2022년은 레고랜드 PF 사태 시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아 이런 정부도 믿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한국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는 트렌드가 만들어진 해이기도 하다.
이후 핸드폰 하나로 미국장에 더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서학개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나도 별도 결심하지는 않았는데, 스며들듯이 동참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서학개미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 3년의 결과만 보면 2022년의 결정은 주식 투자 인생에서 잘한 일이다.
그러나 하락의 폭풍이 오면 모든 것을 쓸고 가기에 그때가 오면 대응하기엔 늦었을 것이다.
'왕좌의 게임'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좀비 '화이트워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수천 년간 얼음 장벽을 세우고 '나이트워치'들이 매일 밤 지키고 수호한다.
"Winter Is Coming"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지난 20년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