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사람 보다 처음 본 사람에게 외려 솔직하고 담백하게 대한다.
상대방에게 기대하지 않고 기대지 않아서일까, 만난 기간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진심이 드나든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가 편하다.
관계가 지속되다 보면 관계 속에서 어느덧 갑과 을이 정해지기 마련이기에.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야 Give & Take를 깊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로 Taker 보다 Giver로 살아갈 때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는 통계도 있다.
아무렴 나는 Giver로 사는 게 내게 주도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도움이 필요한 상대에게 쉬이 곁을 내주는 편이다.
2023년 8월,
거의 4년 만에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있고, 그간 바라왔던 이상적인 연애에 부합하는 인연을 만났다.
내 사주 자체가 이성에게 다정하고, 살갑고, 따뜻하고, 잘 챙기는 등의 미사여구와는 거리가 먼 사주이며
그것이 늘 단점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만나는 인연에게 조금 더 마음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운 상으로도 한참 이성에게 살가울 시기도 맞고 상대방도 내가 원래 다정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녀에게 전하는 모든 표현이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이고 상황 따라 적절한 애정 표현도 많이 하는 거 같은데,
마음 한편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감정들.
그저 마음을 주는 것은 간단한데, 만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묘한 기대 심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혹시나 내 마음으로 인해 스스로 상처받지 않을지, 다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서고
나 또한 상대로부터 충분한 표현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지독한 개인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상 심리 없이 마음을 내준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자각한다.
인연이라는 굴레로 엮여있는 운명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한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다.
지금의 인연과도 정말 별 것 아닌(?) 계기로 인하여 깊은 인연으로 발전 한 만큼
보다 더 깊은 마음을 조건 없이 전할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P.S 서른 중반 정도면 사랑은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랑은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