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따들이 혼자 헤드셋끼고 방안에서 클럽이랍시고 춤 추는 느낌이야.
인스타그램 스레드를 넘겨 보다가 한 사람의 글을 봤다.
"예전에는 브런치를 했는데 뭐랄까. 찐따들이 혼자 헤드셋끼고 방안에서 클럽이랍시고 춤 추는 느낌이야.
그래서 이제 브런치에 글 안 씁니다. 트레픽도 별로고. 그래서 현명하게 스레드에 탑승했습니다! 새로운 트렌드에 탑승하는게 현명한 거 아니겠어요?"
이 글을 읽었을 때 그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콘텐츠 마케터로서 사람들이 모이는 소셜 미디어의 힘, 트레픽, 유입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파급력이 좋고 빨리 유명해지고 싶어서 유튜브, 인스타 릴스(쇼츠), 브런치를 동시에 했다.
가장 힘이 좋은 건 인스타 릴스다.
짧으니 사람들에게 도달하기도 좋고 도달수가 많으니 알고리즘에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0.5초짜리 릴스를 올리거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영상의 중요 부분은 끊고 올린다. 그렇게 다시 재생하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들도 10분짜리 영상 하나 보는 것 보다 10초 영상을 보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
10초 짧게 보고 댓글 하나, 친구 태그 하나까지 정말 간편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세 가지를 전부 할 때 브런치가 제일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마저도 10초 영상이 편하고 10분 영상 보는 것도 힘든데 글이야 오죽하겠는가.
브런치는 UI/UX가 친절한 방식의 디자인은 아니다. 특히 네트워킹에 최적화 되어 있는 인스타그램의 간편함에 적응되어 있으면 댓글을 남기려는데 로그인 창이 뜨면 짜증부터 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릴스에 온 힘을 투자했다. 어떤 사람들이 내 콘텐츠를 보느냐는 질적인 부분 보다 그냥 무조건 많이, 양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하다보니 현타가 왔다. 재미가 없었다. 자극적인 제목, 클릭하고 싶은 사진 넣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콘텐츠를 완성하고 나면 그래서 의도가 뭔지 나조차도 잘 몰랐다.
수많은 릴스 속 5초의 콘텐츠로 나를 몇명이 기억할 수 있겠는가.
내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아직 나는 짧은 시간에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글로 소통하는게 편하다.
그래서 이제 꾸준히 하는 것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다.
내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기엔 5초는 너무 짧다.
사람들이 내 콘텐츠를 읽고 공감을 하고 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적당한 호기심을 유발해서 콘텐츠를 클릭하고 내려가는 손가락들에 지워지기 보다는 비록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지는 않더라도 끝까지 읽고 싶은 콘텐츠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브런치가 재밌나보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라는 쇼에서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장벽을 낮추고 모든 고객들에게 접근성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는 다르다. 정말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정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 그게 우리가 내세우는 장인 정신이고 전문성이다.
전자는 미국 마케팅 방식이고 후자는 프랑스 마케팅 방식이다. 이 둘 중 오답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저 난 브런치에 정말 글을 읽고 가치공유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쓴다.
그래서 여기에 오래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