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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나나 Nov 22. 2023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일기만 조금 끄적끄적, 다이어리 꾸미기만 좋아했던 내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나서 인생이 바뀌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라는 작가님의 한 마디로 단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갑자기 주어진 '브런치 작가'의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기쁨은 잠시였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차츰 브런치 작가가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글을 쓰는 이유가 딱히 없었다.


처음 목표는 당연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는 것.

한 달 남짓 주제를 정하고 열심히 달렸다. 꾸역꾸역 12편을 써내고 퇴고의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부랴부랴 응모 기간에 제출했다. 브런치북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었나 보다. 제출하자마자 기운이 쑥 빠졌다.

합격 발표는 두 달 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응모하고 나서 며칠은 '내가 쓴 게 책으로 나오면 어떡하지? 그럼 정말 작가가 되는 건가?'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며 들떠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갈수록 들뜬 기분은 흔적조차 남질 않고 쪼그라드는 마음만 남게 되었다.

'내가 쓴 게 되겠어? 너무 뻔한 주제 아니었나?'

'더 재밌게 썼어야 했는데...'

후회와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러나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 더 이상 생각은 금물, 의식적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기를 수백 번.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한줄기.

브런치 작가라고 해서 브런치에만 목 매달 필요는 없잖아.
다른 공모전에도 도전해 보자!


여러 사이트를 뒤져 나에게 맞는 두 개의 공모전을 발견했다. 기간도 20일 정도 남았으니 문제없었다. 바로 노트북을 열고 글 쓰기 태세에 임했다. 주제도 정했다. 그런데...... 이런,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어? 어? 왜 이러지? 며칠 쉬어서 그런가? 오늘은 아닌가 보다. 그럼 내일부터...'

그러나 내일도 다음날도 그리고 다다음날도 글을 쓸 수 없었다. 시간은 매정하게 흐르고 나는 초조함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머릿속은 의문만 가득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왜? 왜...'

나에게 슬럼프가 왔다. 고작 5개월 동안 글을 쓰고 슬럼프라니. 나조차도 어이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코웃음을 칠 게 분명하다. 뭐, 대단한 글을 썼다고. 슬럼프 식이나.

공모전은 일찍 감치 포기했다. 아니, 포기해야만 했다.


글도 쓰지 않는 생활은 금세 '나태'라는 단어와 손을 잡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기력도 없었다. 이것저것 생각만 들어찼다. 나는 왜 글을 쓸 수 없는가, 처음 글을 쓰려고 했던 마음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도대체 왜 글을 쓰는가......

단지 브런치 작가라서?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이 듣기 좋아서? 그럴듯한 '작가' 타이틀을 원해서?

생각은 서로 얽혀 꼬이기만 할 뿐 해결책은 던져 주지 않았다.

슬럼프에 빠지고 나서 딱 한 달이 지났다. 공모전에 대한 중압감이 컸나, 포기하니 마음이 편하다. 모든 게 나의 지나친 욕심이 불러온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모른다. 지금은 다시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형식에 얽매여 글을 쓰지 말며, 편안한 마음으로 쓰자고. 글을 써서 무언가를 바라지 말자고... 수많은 작가님들의 말처럼 그냥 쓰자. 쓰다 보면 목적도 생기고 동기부여도 생기겠지.

그저 머릿속에 꽉꽉 들어찬 생각들을 정리하는 '생각 정리' 쯤으로 여기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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