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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승철 Aug 06. 2023

독서본색 4

<뉴욕 타임스>에서 전하는 글쓰기 

오늘 같은 일요일이면 미국 유학시절 일요일마다 빼놓지 않고 보던 <뉴욕 타임스> 북리뷰 생각이 난다. 지금이야 신문에서 책에 대한 서평을 다루는 게 보편적이지만 그 시작은 바로 <뉴욕 타임스>였다. <뉴욕 타임스의 디지털 혁명>이라는 책을 보면 이 신문의 유구한 역사가 잘 드러난다. 이 책에 따르면 <뉴욕 타임스>는 북리뷰를 1896년부터 시행했다. 요일별로 다른 섹션을 발행한 신문도 <뉴욕 타임스>가 세계 최초였다. 이건 비교적 최근(?)의 일로 1976년부터 시행했다. 2000년도까지만 해도 매출이 3조 이상을 찍었던 명실공히 세계 최대 영향력을 자랑했던 이 신문도 쇠퇴해 가는 종이신문의 흐름을 피할 수는 없었다. 2020년에는 겨우 1조 남짓의 매출을 기록했고 그나마도 여러 자회사들을 매각한 결과였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특유의 혁신 DNA가 있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성공적인 특집 기사를 기획하는 등의 방식으로 극복했고 2011년에는 종합일간지로서는 미국 최초로 온라인 기사들을 유료화했다. 당시만 해도 비관적이었던 전망은 10년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670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들을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유료 구독을 실시한 다른 매체들과 견주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많이 보유한 <뉴욕 타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세계 최초로 실시한 op-ed 사설란이다. 먼저 A섹션 후반부에 실리는 사설란은 editorial page라 해서 <뉴욕 타임스> 편집부의 가치관과 철학, 견해가 담긴 사설이 실린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바로 op-ed라 해서 opposite to the editorial page의 약자로서 공간적으로도 그렇지만 내용적으로도 editorial page에 실린 <뉴욕 타임스>의 사설과는 다른 관점의 사설이 담긴다. 이와 관련해서는 <뉴욕 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이라는 책에 잘 드러나는데 이 책에 따르면 op-ed 사설란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는 삶과 죽음, 가족관계, 중독, 스트레스인데 이는 사실 어떤 장르의 글에서든 일반적으로도 인기가 있는 주제들이기도 하다. op-ed에서는 상당히 논쟁적이면서도 ‘선’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한데 이를테면 op-ed에 글을 자주 싣는 소설가 Jonathan Franzen의 경우 그는 여성 독자들을 신경 쓰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는 이유로 오프라 윈프리 쇼 초청도 거절했다. 거기 출연해 오프라와 북토크만 나누어도 미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렇게 특이한 소신을 고집했는데 그렇다고 그가 여성혐오자 거나 비뚤어진 여성관을 가졌거나 하진 않는다. 그의 작품들에서도 관련된 문제로 지적받은 적도 없다. 그저 여성을 안중에 두질 않을 뿐이다. 다시 말해 여성 독자 입장에서 그의 작품에 이러한 바람이 있다, 저러한 견해가 있다 같은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법적, 사회적, 도덕적 등의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무엇보다 글을 정말 잘 쓰기 때문에 op-ed 필진으로는 적격인 셈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제목에서처럼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해서도 인상 깊은 대목들을 많이 전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글을 쓰는 게 중요한데 이 자체로는 사실 특별할 것이 없는 대목이지만 공감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인상적이다. 그에 따르면 공감은 본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며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이 수단이 좋게 쓰이면 타인을 향한 관대함으로 나타나고 나쁘게 쓰이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이기심으로 사용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정치인들 및 유명인들도 막상 공감 능력은 우수한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는 사이코패스도 공감 능력이 특별히 떨어지거나 하진 않은 경우도 실제로 적잖이 존재한다. 공감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단이자 기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키케로가 말한 “인류가 세기를 거듭하며 반복하는 여섯 가지 실수”도 주목할 만하다.      

1. 타인을 짓밟는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믿음 

2. 변할 수도 고칠 수도 없는 일을 걱정하는 태도

3. 성취할 수 없으므로 어떤 일이 불가능하단 주장

4. 사소한 일에 기우는 마음을 다잡지 않는 것

5. 정신을 발전시키고 개선하지 않는 것

6. 자신이 믿는 바와 사는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끝으로 저자는 <뉴욕 타임스> 편집장으로서 신문뿐 아니라 출판계 어떤 편집자도 만족시킬 세 가지 비법을 일러주는데 다음과 같다.     


1. 놀라게 할 무언가가 있을 것 

2. 오래된 주제를 새롭게 볼 것 

3.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줄 글쓰기 실력을 갖출 것     


이런 걸 볼 때마다 느끼는 건 글을 잘 쓰기 어려운 이유는 방법 자체를 몰라서라거나 그 방법이 너무 생소해서가 아니라 방법도 알고 익숙하기마저 한데 실천이 어려워서지 싶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미국에서 <뉴욕 타임스> 북리뷰를 일요일마다 읽던 지적 허세라도 뭐든 동원하며 끊임없이 부대끼는 것 만이 그 어려움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만만하게 누그러뜨리는 방법적 방법이지 싶다.     


덧. 원래는 언급한 두 책과 함께 <뉴욕은 교열 중>이라는 책까지 해서 폴 오스터의 유명 소설 제목처럼 일종의 ‘뉴욕 3부작’으로 쓰고자 했는데 자체적으로 정한 분량면에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뉴욕은 교열 중>은 그 내용상 아무래도 영문본색 글에 싣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 보류했다. 덧없을 수 있는 아무도 관심 없을 사족을 이렇게 덧붙이는 건 그러니까 앞으로도 게으름 피우지 말라는 스스로에 대한 기록적 다짐이며 이 또한 언급한 방법적 방법의 하나라고 믿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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