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의 꽃, 스포츠
흔히들 한국 교육과 미국 교육의 차이를 말해달라고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보통은 한국은 주입식 교육인데 미국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수업하는 것 같다고 떠올리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11학년 미국역사 수업 시간, 우리는 종종 한교시 내내 과거의 이민법, 인권, 현재에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자들 등 다양한 주제를 왔다 갔다 하며 토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선생님은 미국의 Veteran으로서 가끔은 우리가 철없는 주장을 이야기해도 다 들어주셨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미국교육과 한국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스포츠"다.
미국에서 공부만 잘한다고 인기 있는 학생이 되지 못한다. 괜히 하이틴 드라마에 클리셰로 미식축구하는 남학생과 치어리더 여학생이 사귀는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니다. 오히려 공부를 소홀히 해도 스포츠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흔히 학교에서 잘 나가는 그룹에 속할 기회를 얻는다. 스포츠를 인정해 주는 건 또래 친구들 뿐만이 아니다. 대학에서도 고등학교 때 뛰어난 선수들을 장학금을 주고 자기네 대학으로 모셔오기 위해 총력을 가한다. 그리고 많은 미국에서 스포츠를 하는 학생들의 목표도 대학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학창 시절 엘리트 스포츠를 하면 프로에 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임하지만, 미국 애들은 굳이 프로가 되지 않더라도 대학생활하면서 운동선수를 병행하고 싶다는 꿈을 어렸을 때부터 가진다. 대학교 때 운동을 했었다는 점은 나중에 직장을 구할 때도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추가로 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성실성, 끈기, 승부욕등이 높은 점수를 받고, 또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낸다. 그만큼 미국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율은 굉장히 크다.
미국은 모든 고등학교가 최소 정식 규격 축구장 두 개, 야구장, 소프트볼장, 체육관, 테니스장, 수영장 등이 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축구장만 다섯 개였다. 말도 안 되는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의 힘이었다.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고등학교들은 자기네 지역, 비슷한 수준을 가진 학교들과 리그에 속하는데, 그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플레이오프에서부터는 지역이 좀 떨어져 있더라도 세네 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해 다른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과 경기를 한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기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학교와 주(State)에서 1등 학교를 가린다. 만약 본인의 학교가 주대회에서 1등을 한다면 그 동네는 축제가 일어난다. 내가 11학년일 때 우리 학교 여자 배구팀이 주 1등을 했다. 배구팀애들은 소방차 맨 위에 타고 전체 마을을 돌면서 퍼레이드를 했다. 얼마큼 미국인들이 스포츠에 진심인지 보여주는 일화이다.
미국 고등학교 스포츠 시스템은 굉장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 혹은 Region에서 직접 리그들을 관리한다. 모든 스포츠경기가 끝나면 선수 한 명 한 명의 스탯이 웹사이트에 올라온다. 내가 했었던 야구로 예를 들자면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SLG까지 정말 세부적인 모든 스탯이 올라온다. 중계도 해준다. 학교 운동장에 공을 트랙 하는 카메라가 있다. 축구경기가 있다면 카메라가 축구공을 쫓아다니며 실시간으로 중계해 주고 비디오로 남겨놓는다. 이를 이용해 미식축구 같은 스포츠에서는 코치들이 여러 명이 붙어 상대학교에 대한 전력분석을 한다. 고작 고등학교 스포츠 레벨이 아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스포츠를 사랑하고 진심이다.
나는 Three Season-Athlete였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미국의 스포츠 시즌은 Fall, Winter, Spring으로 나눠지는데 시즌마다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다르다. 가을은 보통 미식축구로 가장 유명하고 겨울은 농구의 시즌으로, 봄은 야구의 시즌으로 가장 유명하다. 난 가을엔 미식축구대신 Cross Country라고 5km 자연을 달리는 기록스포츠를 했고, 겨울엔 축구, 그리고 봄에는 야구를 했다. 스포츠를 한다는 것은 방과 후 최소 두 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하고, 원정 경기가 있는 날에는 이동시간을 포함해 밤늦게 돌아오기도 한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고 피곤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정신을 붙잡고 에세이를 쓰고, 내일 있을 퀴즈를 준비해야 했다. 원래 정신력이 많이 약한 편이었는데, 스포츠를 하며 많이 강해졌다. 좋은 친구들도 많이 얻었다. 친구들이 시간관리하는 걸 보면서 나도 많이 배웠다. 공부 + 스포츠 + 다양한 클럽활동까지 불평 없이 끄떡해 내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중엔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 친구들을 보며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고쳐먹고 많이 배웠다.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나는 달리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난 아직도 달리기를 뛰러 나갈 때마다 무섭지만 달리기가 얼마나 내 삶을 정말 변화시켰는지 알기에 참고 뛴다. 다른 스포츠들은 사람도 필요하고 장소도 필요하지만 달리기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어제에 나보다 발전한 오늘의 나를 발견하고 그게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어느새 엄청나게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어머니가 학교 인스타그램을 보더니 애들이 다 너무 밝게 웃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의 뜻을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방학에 한국에 돌아와 학원을 오고 가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고 한국만큼 성적에 압박감이 없는 친구들이니 그런 밝은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겠지마는 스포츠도 분명히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