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이 솔직하게 말하는 영어에 대한 환상
영어를 잘하는 게 필수가 되어버린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영어회화를 하는 것을 봤을 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미디어에서 영어 하는 것을 봤을 때. 영어를 안 했던 과거의 내가 후회되고, 나만 영어를 못하는 뒤처지는 것 같은 같은 기분이 든다.
미디어, 자기 계발에서 언어공부는 하나의 필수처럼 여겨진다. 이제부터라도 시작해 보겠어! 하며 유튜브에 알려주는 표현들을 찾아보고 미드를 보며 쉐도잉도 해본다. 그렇게 며칠, 몇 주를 해봐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다. 재미도 없고 억지로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포기한다. 이런 본인의 모습이 실망스럽다. 얼마 있다가 우연한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자극을 받아 다시 마음을 잡고 시작해 본다. 무한 루프의 반복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 해? 영어를 할 줄 알면 뭐가 달라지는데?
흔히들 영어를 할 줄 알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한국어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영어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차이는 비교 불가다. 그럼 여기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 과연 내가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인가?
- 그런 정보를 얻는다고 내 인생이 행복해질까?
극단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답은 당연히 "아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해외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어서 영어공부를 시작한다고 해보자. 매일 아침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들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회사들의 영어로 된 공시자료들을 읽는다. 그렇다고 본인이 주식으로 엄청난 부를 쓸어 담을 수 있을까? 오히려 더 잃을 확률을 높이는 것은 아닐까? 최대한 긍정적인 회로로 만족할만한 돈을 벌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영어공부에 투자한 시간만큼 내가 더 잘하고 뛰어난 분야에 투자했다면 그 분야에서 효율적이고, 빠르게 더욱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는 않았을까?
고등학교 경제학 시간, 제일 처음 배운 것들 중에 "기회비용과 전문화 (Opportunity Cost and Specialization)"라는 개념이 있다. 기회비용은 내가 무언가를 선택함으로 포기한 차선의 가치, 전문화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개념들이다. 이 개념을 적용해 보면, 영어를 배운다고 선택하는 것은, 그만큼 기회비용으로 내가 전문화가 될 수 있었던 차선의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영어는 언어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기술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본인이 특출 나고 잘하는 분야가 있다. 나 또한 감사하게 셀 수 없는 해외서적들을 변역 된 한국어판으로 읽었는데, 모두 영어라는 기술에 특화된 번역가분들 덕분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면 된다. 영어를 할 줄 몰라도 너무나 편리하게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 그만 영어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못한다고 뒤처지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