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그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일어나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긴 터널 끝에서 겨우 찾아낸 잔잔한 평화는 마치 신기루처럼 그녀의 손끝에서 스러져 갔다. 누군가 그녀의 인생을 시험하는 것처럼, 하나의 위기를 넘기고 나면 더 크고, 더 무거운 난관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가 저지른 잘못은,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마주하기보다는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선택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괴롭고 두려운 순간을 애써 잊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또 다른 올가미가 되었다. 중요한 교훈과 경험마저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니, 위기는 같은 모습으로, 그러나 더 강렬하게 그녀를 찾아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시 그녀의 앞에 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는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 깊이 새기고 이를 통해 성장해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할 준비를 했다. 비록 두렵고 불안했지만, 이번엔 물러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끝내 터널을 나서려면,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마침내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