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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Dec 19. 2024

진실의 생


앞도 뒤도 옆도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사느냐 죽느냐 생각할 틈도 없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생물체와 벌이는 사투死鬪, 그에게 굴하지 않고 맞서려는 자신과의 싸움, 인생이 그렇지 않냐고 헤밍웨이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고독한 사투 속에 처절함마저 느껴졌던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쿠바인 어부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창작했다고 한다. 그가 들려주던 매일 매일 벌어지는 사투의 생생함은 그가 끔찍한 죽음의 현장을 겪은 종군 기자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무기여 잘있거라’(1차 세계대전), ‘제5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스페인 내전),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처럼 그의 작품들이 전쟁이나 야생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삶과 죽음, 인간의 선천적인 존재 조건의 비극, 그 운명에 맞닥뜨린 개인의 승리와 패배와 같은 실존의 문제를 다루는 배경일 것이다.     


모든 것을 앗아 간 전쟁의 끔찍함으로 삶의 길을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작품들에서 처절함을 넘어 처연함마저 드는, 몸서리칠 끔찍함을 넘어 애처롭고 슬픈 마음까지 드는 것은 실존에 대한 불안과 허무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헤밍웨이와 마찬가지로 종군기자였던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나 ‘동물농장’에서도 깊은 처연함과 허무가 느껴진다. 그 역시 조지 오웰 자신의 끔찍한 경험들에 기인하는 것일 게다. 참담하고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그의 인간 승리가 애처롭고 쓸쓸하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끔찍한 경험과 함께 탄생했을 조지 오웰이 그려낸 디스토피아의 허구, 그리고 헤밍웨이가 그려낸 인간 불굴의 승리의 허구, 그들의 실존적인 허구 속에서 진실의 생生을 그려본다.           



2017.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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