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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는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1

by 리즘

모든 장애가 다 그렇겠지만, 정신장애 역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는 않다. 경제적 수준에 따른 차별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100명의 정신장애인이 있다면 100명의 삶은 다 다를 것이 자명하다.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월 89만 원 소득자의 750원과 월 300만 원 소득자의 3만 원, 누가 더 클까?

'2023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등록정신장애인 중 의료급여 수급자는 70.8%에 이른다. 이는 전체 장애인의 비율 2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장애유형 중에서는 가장 높기도 하다. 한국에서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려면 1인 가구 기준으로, 월소득이 891,378원 이하가 되어야 한다. 이들 의료급여 수급 정신장애인들은 의료급여 1종인 경우도 많지만, 가끔 2종이 되기도 한다.


정신장애인은 조현병이나 조울증 등 중증 정신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대학병원에 많이 다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누구나 대학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다음 절에 후술할 예정). 대부분은 정신과 의원이나 작은 전문병원을 찾게 되는데, 1종의 경우는 약 6천 원의 건강생활유지비 한도에서 무료이고, 2종의 경우는 장애인 의료비 지원으로 약값까지 750원을 내게 된다.


앞서 말했듯, 의료급여 상한선이 월 89만 원이니 이들은 한번 진료를 받을 때마다 소득의 0.08%를 낸다. 그리고 '평범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는 월 300만 원 소득자는 정신과 진료를 볼 때 3만 원을 낸다고 치면 1%를 내게 된다. 산술적으로 0.08%와 1%를 비교하자면 두말할 것도 없이 1%가 부담스럽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급가구 가계부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수급가구의 평균 식비는 258,556원, 수도 및 광열비는 75,971원이다. 통신요금은 3만 원, 교통비는 5만 원, 보험료는 7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평균 고정비가 무려 484,527원이다. 이마저도 주거급여가 지급되는 월세 실비는 반영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를 토대로 다시 계산해보면, 0.18%가 1회 진료비가 된다. 이래도 저렴하다고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약 40만 원으로 사고 싶은 것 사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당신이 의료급여 수급자라면, 750원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올 것이다. 심지어 이는 비급여 진료비는 계산하지 않은 결과이다. 만약 비급여 진료비로 만 원을 썼다면 한번에 월 소득의 2.46%를, 심리검사비로 30만 원을 냈다면 무려 73% 이상을 부담하게 된다.


게다가 당사자가 비수급 빈곤층 장애인이라면 같은 소득이어도 7.37%나 부담하게 된다. 이는 의료급여 수급 장애인은 물론이고, 월 300만 원 소득자보다도 7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반면 300만 원 소득자의 3만 원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나, 조금만 절약하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일 것이다.


누구나 대학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병원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서울대학교병원 등의 3차 종합병원을 떠올리게 된다. 누구나 생각하고 가고 싶어하는 3차 대학병원에 의료급여 수급자는 가기가 어렵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1차-2차-3차의 순으로 요양급여 의뢰서를 받아 상급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대학병원 의뢰서를 받는 것도 쉽지 않고, 받는다 하더라도 예약날짜가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상술한 경우는 외래의 경우라 그나마 낫다. 그러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국립정신건강센터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한국의 정신의료 시스템에서 병원의 차수와 입원비 그리고 의료의 질은 정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신장애인이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비록 높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3차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의료급여 수급자라면 당신은 아마 병원 입원을 거부당할 것이다. 의료급여 정신질환 진료의 수가가 다른 과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더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끝내는 사회적 입원이 일상화된 열악한 병원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누구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고 그래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좋은 병원에 갈 수 없다.


여기까지 쓰니 벌써 지면이 모자라다. 다음 편에서는, 교육 과정에서의 차별과 군 입대 신검 이후의 차별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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