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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 곽동희 Jul 25. 2023

이끌림, 그 시작

에아름다움의 기원

  크로노스가 커다랗고 긴 낫으로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절단하였다. 그 우라노스의 성기는 바다로 떨어졌고, 바닷속 거품 속에서 아프로디테(비너스)가 태어났다. 그리고 신들의 세계에 들어와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인정받았고 미(美)의 상징이 되었다. 아프로디테는 이 세상에 아름다움과 사랑을 가져왔다.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의 신으로, 사람들에게 사랑과 섹슈얼리티(sexuality),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일을 하였다.


  태곳적 한 몸으로 살아가던 후생동물(Metezoa) 중 하나가 몸을 X와 Y 두 그룹으로 나누기 시작하였다. X와 Y의 유전정보를 섞어 다양한 개체를 만들고 변화되는 환경에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된 개체가 살아남아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X와 Y로 나뉜 개체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상호 유전정보를 교환하였을까?’라는 것이다. 어쩌면 유전정보를 혼합하는 일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을 텐데 그 번거로움을 딛고 암수의 결합을 이루어내려면 거기에는 이끌림과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이성(異性) 간의 결합을 이루어낼 때 사랑이란 희열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생명체의 몸에 생화학적 기전이 설계되어 있다. 인간 사회에서는 그 작용을 에로스(Eros)라고 일컫는다. 이 에로스가 잘 작동하도록 또 하나의 설계도가 있는데, 바로 아름다움이란 이끌림의 과정이다.


상대에 대한 인식과 평가 (https://www.istockphoto.com/kr/search/2/image?phrase=swan+couple)


  유전자의 성분리는 에로스와 함께 아름다움이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아름다움의 탄생은 자신이 아닌 객체를 바라보며 세밀하게 탐구하기 시작한 엄청난 변혁의 출발점이었다. 내가 아닌 상대를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개별 생명체마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잣대를 갖게 되었다. 객체의 아름다움을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생명체들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게 되었다.


  지구상 생명체들은 예외 없이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갈망하며 스스로 아름다워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자신을 바라보면서, 경쟁자를 살펴보면서, 사랑의 상대를 탐구하면서 선택받기 위하여 모든 삶을 바친다. 그 처절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아름다워지려는 자발적 노력은 실로 눈물겨운 고난의 길이다. 그 노력은 육체적 아름다움에 한정되지 않고 집단의 특성에 따라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훨씬 다양한 개념의 아름다움으로 확대되었다.


  아프로디테가 가져온 아름다움은 이렇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등장한 성선택(sexual selection)은 이후 생명체들의 진화뿐만 아니라 인류문명의 중심축을 자연선택에서 성선택으로 옮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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