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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Aug 24. 2024

혐오(嫌惡)안에 감춰진 두려움



2024.08.25

생명의 역사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고 적응하지 못하는 생명은 그 자체로 사명을 받아 죽어가는 운명이 우주 안에 속한 생명의 숙명이다.

지구의 역사도  태양 주변에 남은 먼지와 가스가 뭉쳐져 행성들이 만들어졌고, 그중 하나가 바로 지구이다.

초기 지구는 뜨거운 액체 상태였으며, 매우 활발한 화산 폭발로 인해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 등의 기체가 방출되어 초기 대기를 형성하였고 이 대기는 현재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는 매우 달랐다. 산소는 거의 없었고, 유독성 가스가 지구 대기를 구성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는 서서히 식었고, 수증기는 응결되어 바다를 만들었고 바다의 탄생은 생명체 탄생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광합성을 하는 원시 생물(시아노 박테리아)의 등장은 대기에 산소를 공급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대기 중의 21%를 차지하는 산소의 기원은 수십억 년 전 지구에  출현한 남세균이라 불리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원시 바다에서 광합성 과정에서 내뱉은 산소분자를 오늘날 우리의 콧구멍으로 들여 쉰다고 생각하면 호흡 간의 감사함이 저절로 드는 느낌이다.

24억 년 전 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한 첫 번째 산소 대폭발에 이어 20억 년이 지난 5억 년 전 두 번째 신원생대 산소발생 사건을 거친 지구 산소화는 달에 의한 조석마찰(Tidal friction)이라는 물리학적 요인 때문에 지구자전의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면서 6시간에 불과했던 하루의 길이가 24시간으로 서서히 늘어나면서 지구라는 공간에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생명이 광합성을 통하여 산소를 내뱉을 충분한 시간까지 주어지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 산소가 있는 지구를 완성한 것이다.

지구 생명체로써 우리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원시지구로부터 수십억 년의 생명 진화의 여정이 그대로 호흡하고 숨 쉬는 세포를 가지고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우리 몸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숨 쉬고 있는 세포의 기억 속에는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원시지구에서부터 산소가 생겨나서 지구 산소화라는 생명체 폭발의 대사건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생명의 역사는 세포의 역사다. 생명이 산소를 이용하여 폭발적으로 탄생하였지만 개별세포는 여전히 산소가 없던 시절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생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세포가 산소를 원활히 호흡하며 사는 호기성 세포라고 할지라도 한 생을 사는 동안 세포차원의 만성적인 산소부족에 시달리는 극악한 환경에 놓이면 생명의 특성은 개별세포가 반란을 일으켜 생존을 위해 산소호흡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산소 없이도 살 수 있는 불로불사의 혐기성 세포로 유전자 변화를 일으키고 확장 전이하는 세포차원의 반란을 일으켜 결국 생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세포가 현대의학이 그토록 정복하고 싶은 암세포인 것이다.

우리의 혐오는 이 혐기성 세포에 의한 생체차원의 죽음을 기억하기에 그렇게 두려움과 함께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구체적으로 한 번 사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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