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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누 Aug 10. 2023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

첫 장면 의문의 사운드에서부터 마지막 장면 우주선까지 불확실한 수많은 요소들이 내겐 영화에 대한 메타포로 보였다.

틸다 스윈튼은 에르난이라는 환영을 보고 빵! 하는 환청을 듣는다.

첫 번째 에르난은 틸다와 함께 환청의 정체를 파헤쳐 준다. 그는 환영의 심연이라는 밴드에 속해 있다.

두 번째 에르난은 기억과 경험에 대해서 말한다. 그는 영화나 TV를 보지 않는다. 경험한 것을 쉽게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사물을 만지면

그 사물의 기억을 느낄 수 있다. 틸다가 듣는 환청도 자신의 기억을 틸다가 듣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화를 보는 것은 환영을 보고 환청을 듣는 것이다. 관객이 직접 체험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서 타인의 기억을 경험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경험이 벅차게 다가올 때가 분명히 있다.

틸다는 너무나 많은 경험으로 그 벅찬 감정에 터져버린 사람이 아닐까? 작년 옵신에서 봤던 킥 더 머신 다큐멘터리 콜렉티브의 <침묵>이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콜렉티브를 조직해 태국의 끔찍한 과거를 드러내고 있는 아피찻퐁. 이 영화에서 감독은 틸다라는 인물로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틸다가 만진 뼈는 누구의 것일까. 틸다가 사물(영화)을 통해 타인의 기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뼈에는 어떤 기억이 들어 있었을까.

중요한 것은 뼈를 만지는 것이다. 멸균 처리가 된 냉장고에 뼈를 오래 보관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메모리아>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영화로 딱이었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것도 행운이었다. 지난 약 2년 정도 영화관을 잘 가지 않았다.

코로나로 급변하는 상황도 있고... 영화에게 영화관이 필요하지 않다는 치기 어린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해보니 영화관을 좋아하지 않고서 영화를 좋아하는 일은... 쉽지 않더라.. 영화관의 힘... 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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