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다른 팀도 소중한 사용자
하나의 기능 다섯번의 리서치 (3)내부 UT
앞서 기획 단계에 인터뷰를 통해 힌트를 얻었다면, 이제 개발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품이 하루가 다르게 모양을 갖춰가고 있었고 완전한 제품은 아니지만 주요 기능이 작동했기 때문에 실제 사용이 가능했다. 빠른 리서치를 위해 회사 내부인원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했다.
같은 회사 다른 팀
우리 팀이 만들고 있는 제품(리캐치)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서 객관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 사실 오히려 더 좋았다.
1. UT는 사용성을 테스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리서치에서 사용한 방식은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 UT)였다. 사용성 테스트는 이론적으로 '사용성'이라는 좁은 목적을 가졌을 때 적합한 방법론이다. (실제로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방법론을 섞어서 리서치하는 경우가 많은듯하다) 사용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용자가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서 제품을 사용할 때 1)인지 2)이해 3)조작을 잘하는지, 문제는 없는지 본다.
즉, 소비자로서 제품에 대한 니즈, WTP가 얼마나 되는지보다도 사용자로서 제품을 어떻게 쓰는지가 주관심사다. 때문에 이 경우엔 제품을 처음 겪어보는 사람이라면 리서치의 대상자가 되어줄 수 있었다.
2. 편한 분위기에서 모더레이팅할 수 있었다.
리서치를 진행하는 것을 모더레이팅한다고 한다. 모더레이팅에도 스킬이 필요한데, 다음의 어려운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내 예상과 다른 답변을 마주쳤을 때 당황해선 안된다. 원하는 항목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좋은 질문을 즉석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끊임없이 Think aloud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Think aloud는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표현을 고르지 않고 즉각적으로 말로 해주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생각을 여과없이 듣기 위해 이걸 유도하는 게 참 중요한데 까다로운 부분이다. 내부 UT를 하니 다들 친밀한 관계였기에 Think aloud가 굉장히 수월했고, 그만큼 최대치의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 있었다.
UT 방식에 대한 개선
리드라우터를 가지고 UT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몇차례 진행하니 개선해야 할 지점들이 보였다. 문제가 된 부분을 빠르게 논의하고 개선해 다음 UT에서는 더욱 정제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UT 자체도 회를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쌓이는 것 같다.
1. 욕심을 버리자
처음 UT에서 알아보고자 할 것을 정할 때 우선순위를 나눠두었다. 우선순위의 기준은 'Self-Serve가 되길 원하는 부분인지'였다. 리드라우터에서 주요한 부분은 세가지가 있다.
1)폼을 연동하기 2)조건을 설정하기 3)미팅에 대해 설정하기
Self-Serve가 가장 필요한 파트는 2, 3번이었고, 여기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UT를 앞둔 시점에 욕심이 생겼다. 처음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니 우선순위가 낮은 부분인 1번도 써보게 하자!
결과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사람들은 난이도가 높은 1번을 수행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서 중요한 2, 3번에 도달하기 전에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 더 진행해달라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2)조건을 설정하기2. 딱 적당한 소개 설명이 필요하다
UT에 돌입하기 전에, 제품이나 UT 진행에 대해 설명하는 서론이 있다. 내부 인원이기에 제품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해 설명을 간단히 했다. 하지만 이게 리서치할 때 허들로 작용했다. 알려줘야 할 것을 알려주지 않아 리서치 대상이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어려워하게 된 것이다.
우리 제품은 처음 사용에 이르기까지 웹사이트, 세일즈맨의 터치를 거칠 수밖에 없으며 이 때 제품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된다. 테스트를 할 때도 같은 수준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 사용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사용자한테 전부를 알려주면 UT가 아니라 온보딩이 되겠지만, 충분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의 자각은 가지고 제품을 써보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3. 개선하자
이런 문제를 참관자와 진행자 모두가 느끼게 되어, 처음 두 번의 내부 UT 후 곧바로 UT 자체에 대한 개선 미팅을 하게 되었다. 결국 욕심부렸던 부분을 생략하고 서론을 다듬어 우리가 알고 싶은 것만 날카롭게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이번 UT를 통해 PM, 디자이너분들 모두가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같이 개선점을 잡아갔던 것이 의미있었던 것 같다. 이제 우린 모두 UT용량(물어볼 수 있는 적정량)을 알게 된 것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