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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Jul 20. 2024

미래를 맛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래긍정' 전시를 감상하고

장대비가 내리던 오후였습니다.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노먼 포스터의 ‘미래 긍정’이라는 전시회를 보고 왔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이 세찬 빗물에  샤워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삼청동 그리고 덕수궁 돌담길입니다. 30대 초반 뒤늦은 사회생활을 이곳에서 시작했었습니다.
청계천은 즐겨찾던 산책로 였었지요.  퇴근 후 시청 거리를 활보할 때는, 7년여의 독일 유학 생활이 꿈만 같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이제 사회인이구나,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병원이 인연을 맺어주었어요. 작년 봄 전신마취하고 혹 제거 수술을 했었어요. 일주일 동안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이틀째가 되니 같은 병실의 언니가 퇴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서운해하니, “또 좋은 사람 올 건데….”라며 토닥여주었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를 만났습니다. 동년배에, 결혼도 늦게 한 공통점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다른 한편, 저는 문학을 좋아하고, 감성적이지만, 공학도로서 분석에 능한 친구를 보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취향이 맞는 친구는 전시회에 동행합니다. 만남과 이별은 서로 연결돼 있더라고요. 병실 언니가 해 준 말처럼요. 만남도 이별도 너무 기뻐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강의 때 사용하는 독일어 교재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Alles im Leben hat seinen Sinn. (인생의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 들어서니 나무만 초록 초록한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 역시 파릇파릇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건축학도 여학생은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진지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15분 정도 대기 줄에서 기다린 후 전시관에 들어섰습니다.
'미래 긍정'은 영국 맨체스터 출신 노먼 포스터라는 건축가의 작품의 활동 궤적을 보여주는 전시회입니다. 요즘 화두가 되는 ‘지속 가능성’이 중심이 됩니다. 우주에서의 주거 형태를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작품이 파격적입니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도시,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건물 등 노먼 포스터와 파트너스의 실험정신과 미래와 현재를 잇는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영국 박물관 대중정, 홍콩 상하이 은행, 미국 애플 파크,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 등 주요 건축물뿐 아닌, 현대 도시의 살아가는 방식을 재설정하고 풍경을 변모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합니다.


https://sema.seoul.go.kr/kr/whatson/exhibition/detail?exNo=1275156

“야야 아는 만큼 보이는 거야!”
“이쪽 위로 태양열이 모이는 가보네.”
남학생 둘이 킥킥거리며 하는 이야기가 귀에 들립니다.
1시부터 도슨트 설명이 있는데, 오전 수업 때문에 늦어 놓쳐버렸어요.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나면, 전시품의 배경지식을 알게 되어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베를린 국회의사당이 보입니다. (Reichstag). 이 건물의 투명 지붕 앞에서 사진 찍은 적이 있는데 노먼 포스터 작품인 줄은 몰랐습니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둥근 지붕 건물도요. 주변환경과 어울리면서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 친근하게 느껴졌었죠.

친구는 애플 본사 건물을 보며 설명해 줍니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일할 맛 나겠다. 그래서 애플 본사에 인재들이 많이 모이나 봐.”

IT 계열에서 일하는 친구가 덧붙입니다.

애플 본사 건물은 도넛 모양으로 중간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도넛처럼 보이는 곳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있어요.

노먼 포스터와 파트너스가 일하는 회사를 비디오로 엿볼 수 있었어요. 통창으로 햇빛이 밝게 들어오고, 사람들은 계속 대화중이었어요.

노먼 포스터의 또 다른 작품, 대전의 한국 타이어 테크노돔을 봤습니다. 빗물을 받아서 호수로 떨어지는 친환경적 디자인입니다.빗물이 식물에 보약이라고 들었는데,  필요한 시설이나 가정집에서도 빗물을 모으는 경로가 설치되면 좋겠습니다.

세계 곳곳에 설치된 전시품을 감상 후, 출구로 걸어 나왔습니다. 설치된 대형 비디오 영상으로 실감 나게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건축물에 ‘지속 가능성’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연결’ 철학이 담기니 건물이 아닌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땅덩이가 좁아, 높이 더 높이 효율 중심으로 건물을 짓는 우리나라. 저도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노먼 포스터의 건축물을 보니,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새삼 자연이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살아갈 힘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암환우를 위한 시설 '매기 맨체스터'

“대학생들을 보니, 나도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어.”
친구가 말합니다. 우리는 이미 돌담길을 많이 걸어온 듯합니다. 이제 막 길을 떠난 젊은 학생들을 보니, 저도 제 스물이 그리워집니다.
대학생들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인간과 자연, 건축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주거 형태 만든 작품들을 감상했습니다. 그곳이 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 줍니다.

미래 우주 주거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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