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기록
첫 등교, 첫 친구, 첫 짝꿍, 첫사랑, 첫 결혼, 첫 출산, 첫 여행 이 모든 순간의 추억을 남겨주었던 것은 사진이다. 어렸을 적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고 남기고 싶었다. 어렸을 적 유난히 가족여행이 적었지만 집에서의 추억이 가득했다. 앨범을 펼쳐보면 대부분이 집이다. 그래서 우리 집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그 집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이 가끔 떠오르게 된다. 엄마 아빠가 금빛 미소를 띠시며 돈을 세시는 모습, 아빠의 잘못으로 엄마와 다투시는 모습, 엄마가 도넛을 만들어주시는 모습, 우리 가족이 온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두고 집에서 삼겹살을 먹는 모습이 떠오른다.
앨범 속에는 싸우거나, 울거나, 안 좋은 일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으로 남겨두었다는 것은 그날의 온도, 기분, 상황을 기록하고 싶은 긍정적인 마음이 컸을 때 남겨 두기 때문이다. 친정에 가면 엄마의 책장 아래에 우리 가족 앨범들이 차곡히 꽂혀있다. 한 번씩 나의 과거 사진을 보며 웃음 꽃을 피우고 싶을 때 꺼내본다. 예쁜 추억들을 소환하면서 이제는 없는 10대와 20대의 나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의 생김새, 입은 옷, 표정, 배경이 그날의 상황을 상기시켜 준다. 이렇게 소중한 추억 재산을 훼손되지 않게 모아둔 엄마에게 감사하다.
나 역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이제는 모든 과거 사진 중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사진을 제일 소중히 여긴다. 나의 천사들의 짧은 팔과 다리, 볼살이 오동통한 모습이 너무도 그리울 때가 많다. 이럴 땐 정말 셋째를 낳아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직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외출을 할 때 종종 스티커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그날의 사진 한 장은 우리의 추억 재산 중 일부가 되어준다. 아이들에게 찬란하고 예쁜 모습을 차곡차곡 담아주고 싶다. 나중에 성인이 되면 유년 시절 추억으로 인해 현재의 감정을 행복으로 환기시킬 수 있는 추억 재산으로 물려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