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천사>, 당대 영웅을 향한 소망을 녹이다
<집 없는 천사(1941)>, 최인규
<집 없는 천사>, 최인규, 1941<집 없는 천사>는 황국신민서사와 훈시, 일장기 게양식 등을 통해 일제강점기였던 당대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며 서사를 중심으로 한 조선 영화이다. 사실적인 묘사로 당대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용길’과 ‘성빈’ 두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서사는 영웅 소설과 닮아있다. 영웅 소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던 조선 후기 양난 이후처럼 <집 없는 천사>의 배경인 일제강점기 역시 박탈된 자유와 억압이라는 공통적인 시대적 성격을 지닌다.
영웅 소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영웅)이 대개 영웅적 일대기의 서사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 없는 천사>의 경우 영화 속에서 인물의 일생이 아닌 특정 시기만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어 영화적 배경 이전 인물들의 과거를 파악할 수 없기에 인물에게서 영웅적 일대기를 찾아볼 수는 없는데, 영화에서 드러나는 ‘용길’과 ‘성빈’ 두 인물의 삶과 서사 속에서 일부 영웅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꽃을 팔고 있는 ‘용길’과 ‘명자’‘용길’의 출생과 탄생 서사는 알 수 없지만 영화 속 그는 어릴 적 부랑아들에게 팔려 현재 누나 명자와 함께 앵벌이 생활을 하며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는 어려서 고아라는 특징을 주로 보이는 영웅적 일대기의 구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으며, 용길이 부랑아들로부터 도망쳐 방황하던 중 성빈의 보살핌으로 고아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는 점에서 구출자의 도움과 양육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고아원 생활을 하던 도중 용길은 물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데, 이때 성빈의 처남 인규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조력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영웅적 서사의 면모를 보이며, 그의 간호부로서 일하고 있던 누나 명자와 재회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일반적으로 영웅은 다수의 인원을 구하거나 권력 등 큰 세력과 맞서 싸우는 등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용길과 거리가 먼 특징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당대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용길’이 일제 통치하에 자유를 억압당하고 가난으로 인해 견디기 힘든 일상 속에서 끝까지 견디고 결국엔 극복해 헤어졌던 가족과 재회하는 인물로 그려짐으로써 당대 국민들의 염원과 소망이 담긴, 피폐했던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영웅으로 바라볼 수 있다.
영웅적 일대기 구조뿐만 아니라 소설에서 영웅이라는 인물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은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과 행복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 희생하거나 노력한다는 것인데, ‘성빈’이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아이들을 여럿 돌보며 고아원 사업을 꿈꾸고,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처남 인규의 도움으로 고아원 사업을 실현해 아이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점에서 일부 영웅적 특성을 보인다. 제목에서도 내세우고 있는 ‘집 없는 천사’ 또한 자신을 희생해 타인들을 돕는 ‘성빈’을 뜻할 것인데, 특히 여러 대상 중에서도 ‘향린원’이라는 시설을 통해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여성과 아이처럼 연약한 존재를 강제 동원하고 이용했던 당대 현실과 반대되는 모습을 그려낸 것일 거라 유추해 볼 수 있다. 영웅 소설의 서사에는 ‘권선징악’ 또한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명자를 쫓아 향린원까지 찾아온 부랑아 패거리들이 다치고, 이를 ‘선’의 인물로 그려진 인규와 명자가 치료해 주며, 부랑아들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황국신민서사로 충성을 다짐하는 것으로 권선징악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글의 도입에서 밝혔듯, 영웅 소설은 조선 후기국난 때 난국을 수습할 수 있을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과 기대가 확산하며 등장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집 없는 천사>에도 적용해 살펴보면, <집 없는 천사> 역시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고 자유가 탄압되는 상황 속에서 가난하고 피폐한 삶을 극복하고 구제할 영웅적 인물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염원들이 위에서 언급한 일부 영웅적 특징들을 영화에 담기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