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는 굴비 요리쯤이야 너끈히 하는 여유
70분이 걸려도 상관없으니까 뛰지 않고 걷기만으로 채우는 만보
복숭아 한 접시 먹으며 글쓰기
아파트 도서관에서 5권씩 빌려오는 즐거움
집으로 놀러 온 아이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같이 보드게임하기
엄마 따라나선다고 양쪽으로 붙은 아이들과 장보기
15시간씩 하는 집단상담 신청하기
딸과 같이 보려고 점찍어둔 영화 개봉 기다리기
학기 중에 못 만났던 지인들에게 안부연락하고 만나서 밥 먹기
얼굴에 기미 연고 바르고 잘 수 있는 저녁의 여유
한 달에 두 번 만나는 입양모임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기
관심주제 논문 찾아보기
하루 안에 해내야 할 게 많았던 학기와 대비되는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나의 소진을 예방하며 절전모드로 살고 있다.
주말에 실존주의 집단상담에 다녀왔다.
상실과 애도에 관심이 많은 터라 뜻깊은 시간이었다.
마무리하면서 죽음을 앞둔 상황이라 가정하고 글 쓰는 시간을 가졌다.
15시간 동안 나의 죽음을 작정하고 그려보았다.
전국에서 12명이 집단원으로 모였는데
아무도 일의 성취, 직장동료에게 전하는 말이나 업적에 대한 말은 없었다.
나도 다 떼놓고 보니까 결국은 가족과 신앙 두 가지만 남았다.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어 오늘이 더욱 소중하다.
더 일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죽진 없을 텐데
나는 전문가가 되려고 공부하고 경력 쌓고 자격증 취득하고 보고서를 쓴다.
일상에서 가족과 신앙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싶어지는 여름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