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글이 Jul 25. 2024

가족과 신앙

손이 가는 굴비 요리쯤이야 너끈히 하는 여유

70분이 걸려도 상관없으니까 뛰지 않고 걷기만으로 채우는 만보

복숭아 한 접시 먹으며 글쓰기

아파트 도서관에서 5권씩 빌려오는 즐거움

집으로 놀러 온 아이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같이 보드게임하기 

엄마 따라나선다고 양쪽으로 붙은 아이들과 장보기

15시간씩 하는 집단상담 신청하기

딸과 같이 보려고 점찍어둔 영화 개봉 기다리기 

학기 중에 못 만났던 지인들에게 안부연락하고 만나서 밥 먹기

얼굴에 기미 연고 바르고 잘 수 있는 저녁의 여유

한 달에 두 번 만나는 입양모임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기

관심주제 논문 찾아보기


하루 안에 해내야 할 게 많았던 학기와 대비되는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나의 소진을 예방하며 절전모드로 살고 있다.  


주말에 실존주의 집단상담에 다녀왔다. 

상실과 애도에 관심이 많은 터라 뜻깊은 시간이었다. 

마무리하면서 죽음을 앞둔 상황이라 가정하고 글 쓰는 시간을 가졌다.

15시간 동안 나의 죽음을 작정하고 그려보았다.

전국에서 12명이 집단원으로 모였는데

아무도 일의 성취, 직장동료에게 전하는 말이나 업적에 대한 말은 없었다.

나도 다 떼놓고 보니까 결국은 가족과 신앙 두 가지만 남았다.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어 오늘이 더욱 소중하다. 


더 일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죽진 없을 텐데

나는 전문가가 되려고 공부하고 경력 쌓고 자격증 취득하고 보고서를 쓴다.


일상에서 가족과 신앙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싶어지는 여름방학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가족 장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