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끝까지 할 말이 차올랐지만 삼켰던 순간
내성적인 사람은 조용하다, 말이 없다.
이 말이 틀리지도 않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말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몇 년 전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관객이 20~30명밖에 되지 않은 규모가 작은 연극이었는데 연극이 시작되기 전 이벤트가 있었다. 넌센스 퀴즈에 정답을 맞히면 해당 소극장에서 하는 다른 연극의 관람권을 준다는 것이었다. 당시 연극관람에 취미를 가졌던 나에게 솔깃한 이벤트였다.
Q. 발이 두 개인 소는?
사람들은 웅성웅성거리며 함께 온 사람들과 의논을 하기도 하고 냅다 손을 들어 오답을 말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문제를 듣자마자 정답을 떠올렸다. 발이 2개? 이발소구나!
'이제 손만 들어 세 글자만 외치면 연극관람권은 내 거야.'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목 끝까지 말이 차올랐지만 결국 내뱉지 못하고 삼켰다. 몇 번의 오답 끝에 연극관람권은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던 한 커플이 받아갔다. 정답을 말한 남자는 일부러 뒤로 돌아 관람권을 휘휘 흔들며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부러워했고 그 관심은 5초가 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불이 꺼지고 연극이 시작됐다. 순간 관심은 5초를 넘기 힘들고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한 번 보고 말 사람이었지만 늘 그랬듯 나는 말하지 못했다.
'왜 그때 말하지 못했을까?'
'저 사람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아서 좋겠다. 난 이렇게 답답한데.'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이런 순간은 꽤 자주 일어난다. 말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다 화제가 넘어가기도 한다. 사실 이것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말하지 못한 순간들이 자책이 되는 순간 내성적인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오로지 나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