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소금 Jul 26. 2023

말하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

목 끝까지 할 말이 차올랐지만 삼켰던 순간

내성적인 사람은 조용하다, 말이 없다. 

이 말이 틀리지도 않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말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몇 년 전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관객이 20~30명밖에 되지 않은 규모가 작은 연극이었는데 연극이 시작되기 전 이벤트가 있었다. 넌센스 퀴즈에 정답을 맞히면 해당 소극장에서 하는 다른 연극의 관람권을 준다는 것이었다. 당시 연극관람에 취미를 가졌던 나에게 솔깃한 이벤트였다. 


Q. 발이 두 개인 소는? 


사람들은 웅성웅성거리며 함께 온 사람들과 의논을 하기도 하고 냅다 손을 들어 오답을 말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문제를 듣자마자 정답을 떠올렸다. 발이 2개? 이발소구나! 

'이제 손만 들어 세 글자만 외치면 연극관람권은 내 거야.'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목 끝까지 말이 차올랐지만 결국 내뱉지 못하고 삼켰다. 몇 번의 오답 끝에 연극관람권은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던 한 커플이 받아갔다. 정답을 말한 남자는 일부러 뒤로 돌아 관람권을 휘휘 흔들며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부러워했고 그 관심은 5초가 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불이 꺼지고 연극이 시작됐다. 순간 관심은 5초를 넘기 힘들고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한 번 보고 말 사람이었지만 늘 그랬듯 나는 말하지 못했다. 





'왜 그때 말하지 못했을까?'

'저 사람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아서 좋겠다. 난 이렇게 답답한데.'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이런 순간은 꽤 자주 일어난다. 말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다 화제가 넘어가기도 한다. 사실 이것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말하지 못한 순간들이 자책이 되는 순간 내성적인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오로지 나의 몫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