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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소금 Jul 31. 2023

나와 정반대인 직원이 입사했다

대학교 졸업 후 약 5개월의 취준을 끝내고 입사한 회사는 전 직원이 10명 남짓한 소기업이었다. 나를 포함해 여직원이 5명이었던 회사에서의 생활은 쉬우면서도 어려웠다. 창의력을 요하지 않았던 일은 꼼꼼한 성격이었던 나에게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1년 이상 함께 일해 온 4명의 여직원 그룹에 스며들기는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직장인의 낙이라고 하는 점심시간조차 나에겐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회사의 분위기상 늘 함께 밥을 먹었는데 20대 초반의 나는 지금보다 더 내성적이었고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는 시간보다 1시간의 점심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지금의 나라면 '오늘은 혼자 먹을게요'라는 말이라도 꺼냈을 텐데 그때의 나는 그 말조차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다. 공교롭게도 나와 동갑이었던 A는 첫 출근부터 달랐다. 점심은 뭐 먹을까? 고민하던 상사의 말에 자기가 알고 있던 맛집을 술술 읊었고 1시간 내내 4~5마디도 하기 힘든 내 앞에서 얼마 전 소개팅한 썰까지 풀고 있었다. 가끔 마가 뜨는 순간조차 까르르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A는 조금은 수다스러웠지만 당시 자취를 하던 나에게 부모님께서 하는 닭갈비를 가져와 건네주던 마음씨 착한 친구였다. 친구로 만났다면 더 좋을법한 사람이었다. 나는 A를 좋아했지만 나도 모르게 미워하기도 했다. 


회사 직원들은 동갑이었던 나와 A를 비교했다. 나에게 "A처럼 말도 좀 하고 그래.", "소금씨는 A랑 완전 정반대네."라는 말을 그저 농담처럼 했다. 그 말을 듣고 정색을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자책했다. 난 왜 이렇게 적응을 빨리 하지 못할까, 이 놈의 성격은 왜 안 바뀔까. 

이러한 고민조차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내 성격이 콤플렉스인걸 들켜버릴까 봐.


10여 년이 지났지만 난 크게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내성적인 사람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글로 끄집어 내 기록할 여유가 생겼다. 아무리 노력해도 A 같은 성격을 가지지 못한다는 걸 나는 안다. 


종종 외향적인 사람의 성격이 부럽지만 안 되는 걸 어떡해? 그냥 나대로 살아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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