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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미 May 19. 2024

전 국민 25만원 정책은 누굴 위한 것인가

전 국민 25만원 정책과 기본소득


포퓰리즘은 대중, 민중을 뜻하는 그리스어 '포풀루스'에서 유래되어 인민주의, 대중주의라는 의미를 갖는다. 포퓰리즘은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여 대중들을 위한 정책을 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결을 함께 한다. 브라질 국민의 아버지라 불리는 룰라 대통령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않는 국민들에게 현금 지원을 해 빈곤율을 저하시키는 데 성공했다. 좋은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포퓰리즘의 용례는 이와 다르다. 진실을 보지 못하게 대중들의 눈을 가리고 당장의 이익으로 유인하는 선심성 정책을 일컫는다. 좋은 포퓰리즘과 나쁜 포퓰리즘은 국민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느냐에 따라 갈린다. '전 국민 25만원' 정책을 비롯한 기본 소득은 나쁜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현금성 정책이 모두 나쁜 포퓰리즘은 아니다. 정책으로 발생하는 명확한 긍정적 효과가 있고 그것이 사회를 더욱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면 그것은 좋은 포퓰리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본소득의 실질적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 핀란드는 2017년 진행한 전국 단위의 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이 노동 동기를 부여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 결과, 기본소득을 받은 국민들의 주관적 행복도는 다소 올라갔지만 고용효과는 미미했다. 전 국민 25만원 정책이 경제 부양 효과가 있으리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일시적 현금성 정책이 소비 증대에 미치는 효과는 '가성비'가 별로다. 대만에서 지급한 소비 쿠폰이 소비 증대에 미친 영향은 24%에 그쳤다. 100만원을 주면 80만원은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당시 정부에서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 증대에 미친 수준은 26%~36%로 나타났다. 기본소득이 노동 시장과 경제에 영향을 미쳐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신화는 아직까지 실현된 적이 없다.


기본소득은 사회보험이나 사회수당 같은 보편적 복지에 비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자본주의는 자본이 자본을 불러오는 불평등을 내재한 제도다. 초기에 자본을 획득한 사람은 계속해서 자본을 불려 나갈 수 있고, 기회의 장에 들어가는 데 실패한 자는 끝까지 자본을 축적하기 힘들다. 자본주의가 내재한 불평등은 소득 재분배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 실제로 자본주의 초기에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소득 불평등은 소득 재분배 정책이 실행된 뒤 급격하게 낮아졌다. 하지만 부자들에게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걷어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도 문제다. 기존 하층에게 돌아갈 돈을 쪼개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나눠야 하니 소득 재분배 효과는 당연히 낮아진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증세보다는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회수당을 강화하는 방향이 더욱 바람직하다.


기본소득의 한계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가 기본소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있다. 한국 국민들의 주관적 계층 인식이 높아짐과 동시에 복지 정책의 인기는 낮아지고 있다.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경제적 하층을 위한 복지 정책에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그렇기에 다른 계층과 더불어 경제적 하층이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복지 정책의 방향은 옳다. 다만 복지의 대상이 너무 넓어지면 그에 따른 한계도 명확해진다. 현금 지급은 한계소비성향이 강한 저소득층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고소득층일 수록 효과가 거의 없다. 복지의 대상을 중산층까지로 한정해야 한다. 무엇이든 단번에 되는 일은 없다. 특히나 기본소득처럼 국가 재정 및 국민의 생활 등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정책은 더욱 그렇다. 당장 도입이나 실행을 전제로 논의할 것이 아니라 국민투표나 장기간 사회적 실험과 같은 숙고 과정이 선행 돼야지만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복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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