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슬로 빛날 그대
영화 듄의 ost를 듣고
루비야. 저기까지만 갈까? 다리가 아프네.
연습해서 천왕봉을 가자고 했던 엄마는 부쩍 약해지셨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래 돌아가자. 나도 힘드네.
다시 뒤돌아 오는 길.
엄마의 손을 꼭 잡은 내가 앞장선다.
엄마는 언제나 내게 기댈 언덕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녀에게 쉴 수 있는 동산이 되어줄 수 있을까?
요즘 엄마는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100일동안 하루에 한번 정해진 주제에 대해 적는 프로젝트.
그런가. 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글을 읽다보면
나는 그녀에 대해 모르는 점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태어나고 아름다웠고 슬프기도 했던 시절을 보내고
청춘으로 피어났다가 가족을 이루고
우리들을 키워내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일상이 되기까지
그녀의 인생의 강물은 흐르고 흘러
노년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만약 강물의 도착지가 바다라면
영원하고 넓고 깊은 무한의 바다가 안식지라면
언젠가 올 엄마의 마지막은 어쩌면 더 화려할 지도 몰라.
나이가 든다는 건 너무 슬픈 나에게
엄마는 루비야. 인생은 너무나 짧아.
사랑하고 살기에도 너무나 짧아.
사람들이 목을 메고 있는
부와 명성은 어쩌면 정말로 종이 한장같은 가벼움일지 모른단다.
네 속에 자아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고
베풀면서 살아야 후회가 없어.
음악은 흐릅니다.
평온했다가 빨랐다가 웅장했다가 작아지고
두둥 두둥 두둥
긴장감을 주기도 해요.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며 우리 각자의 인생을 생각해요.
우리중 누군가ㅡ 아니 모두다 저마다의 다이내믹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만약에 우리의 종착지가 정말로 바다이라면
우리의 모든 시간은 그저 바다의 일부가 되어
그냥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하게 윤슬로 빛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