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책임 사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일주일이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을 쓸 수 없는 날이 길어질수록 그 시간이 오히려 기다려졌어요.
틈틈이 떠오른 생각을 메모지에 적으며 깨달았습니다. 이제 글쓰기는 제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즐거움이 되어 있음을요.
글쓰기는 인간을 넘어설 수 있지만, 인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아름다움은 선함을 보증하지 않지만, 선함 없는 아름다움은 끝내 허무하다. 글쓰기의 목적은 감동이 아니라 존엄이다. 감동은 순간이지만, 존엄은 지속된다. 글쓰기는 그 지속의 언어여야 한다.
글쓰기는 자유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그 자유는 언제나 누군가의 마음을 스쳐 지나간다. 문장이 세상을 비출 때, 그 빛은 사람의 얼굴 위를 지난다. 언어는 결국 인간을 향하고, 인간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일은 언제나 타인을 향한 행위이기도 하다. 타인의 삶을 다루는 일은 늘 섬세한 책임을 동반한다.
글쓰기는 사회를 비추되, 사회를 규정하지 않는다. 상상은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지만, 그 상상이 누군가의 삶을 좁히거나 왜곡하지 않도록 스스로의 언어를 돌아보아야 한다. 진실은 무엇을 말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말했느냐로 드러난다. 때로 우리는 진실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단면을 서술하지만, 그때 문장은 증언이 아니라 재현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5.18의 참상을 묘사하면서도 고통의 현장을 직접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녀는 피해자의 내면 대신 주변 인물들의 침묵과 흔적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비춘다. 독자는 작가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사건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이것이 바로 증언이 아닌 재현의 태도의 전형이다. 반면, 자극적인 서사로 타인의 상처를 도식화하는 일부 작품들은 독자의 공감을 일으키는 대신 피로를 남긴다. 고통을 재현한다는 명목 아래, 누군가의 존엄을 희생시키는 순간 글은 증언이 아니라 소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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