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이야기
휴일이라 가족들이 각자 제각기 일어났다. 남편은 아침 일찍 혼자 식사를 챙겨 먹고 자격증 공부를 위해 도서관에 갔다. 일찍 일어나는 둘째와 늦게 일어나는 첫째는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매번 간소한 상차림이 반복되다 보니 나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지난 한 해를 잘 버텼다.
새해 첫날, 잘 먹고 튼튼하던 둘째가 갑자기 춥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이날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소고기 파티를 준비하던 날이었다. 둘째는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고기 굽는 냄새를 맡으면 나오겠지 싶어 상추와 양파, 고추 같은 야채를 씻으며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소고기 파티는 여행 대신 준비한 특별한 가족 식사였다. 평소에는 소고기에 지갑을 열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큰아이가 고기 진열대에서 고른 대로 담았다. 등심, 안심, 채끝 같은 다양한 부위를 보며 내가 얼마나 소고기를 사주지 못했나 싶어 약간 미안하기도 했다.
부엌에서는 프라이팬 두 개로 초벌구이를 하고, 식탁에 작은 버너를 올려 부위별로 고기를 구웠다. 하지만 둘째는 끝내 식탁에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먹일 수 있게 생고기를 뚜껑 있는 유리그릇에 담아 두었다.
가족들과 식사를 마친 뒤 잠든 둘째의 이마를 만져보니 뜨거웠다. 체온을 재보니 38도가 넘었다. 주변엔 휴일에 운영하는 병원이 없어 상비약을 꺼내 간호를 시작했다. 두세 시간마다 열이 오르는 둘째를 보며 뜬눈으로 새해 둘째 날을 맞았다.
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동네에 자리잡은 오래된 정형외과를 찾았다. 아이가 알약을 삼키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성인용 알약을 처방받았다. 약국에서 가루약으로 바꿔달라고 부탁하니 약사가 덩어리가 질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약을 먹여야 한다는 의지로 약을 지어 왔다.
문제는 성인용 가루약이 너무 써서 아이가 삼키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매실액을 섞어 간신히 먹였지만, 5일분 약을 다 먹이는 길이 험난해 보였다.
결국 다음날 타지역 소아과 진료를 다시 보러 갔고, 먼 길을 달려 A형 독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소아용 약으로 처방이 바뀌고 아이는 조금씩 나아졌다. 평소 컨디션으로 돌아간 것 같아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아플 때는 같은 방에서 함께 지냈다. 마스크를 쓰고 잠들었지만 잠결에 벗어버리는 일이 잦았다. 매번 마스크가 베개 밑이나 등 아래서 발견되곤 했다. 나는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직장 일, 집안일, 학업을 모두 떠맡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다는 건 이중고를 의미했다.
새해 첫날부터 아이가 아파서 걱정스러웠지만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준비해주고 옆에서 지켜주며 아이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내가 지킨다라는 생각으로 아무쪼록 아프지 않고 이 시간을 잘 넘기길 바라며, 글로 이 마음을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