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한강 Oct 21. 2024

정년퇴직 기념여행에서 만난 모네


아카데미 화풍에서 인상주의로 전환되는 지점에 있는 "인상, 해돋이"의 화가 모네의 집을 찾았다. 그 시대 화가치고는 드물게 인생 후반에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았다는 걸 꽤나 넓은 연못과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저택이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 '수련' 연작의 소재가 된 연못이 여전히 아름답다. 몇번씩 신청이 반려되는 속에서도 결국은 강물을 끌어다 인공 연못을 만들었다는데, 그 수고로움이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같은 관광객까지 끌어 모으고 있다. 



인상파 화가들이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모네의 저택에서 이렇게 만날 줄은 예상 못했다. 일본풍으로 꾸며진 정원을 보며 의아해 했는데 그제사  이해가 갔다. 수출된 도자기를 쌌던 포장지가 세계 반대편에 있는 화가들의 화풍을 바꿀 정도의 영향을 미쳤다니 놀랍고도 부럽다.

매번 여행길에서 돌아올 때면 느끼지만 그 여정 속에서 늘 무엇인가를 배운다. 교과서에 실렸거나 혹은 실렸어도 이상할 게 전혀 없을 감당할 수 없이 많은 그림들을 보면서 미알못의 무식함이 쬐끔 더 덜어진 느낌이다. 내 눈 앞에 나타난 웅장한 에펠탑을 보면서도 '어떻게 철로 저런 건축물을 만들었을까'하는 감흥조차 없어서 아내에게 타박을 당했는데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을 보며 대신 감탄을 했으니 파리여행을 주선한 아내에게 인사치레는 한 셈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를 이번 여행만큼 뼈저리게 느낀 적이 없다. 인상파의 모네와 조르주 쉐라의 얘기를 전에 밴드에서 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래서 모네가 더 반갑게 다가온 것 같다. 같은 이유로 외젠 들라크루아와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책 속에서 보았던 화가들의 그림이 붓질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알수록 더 배움이 모자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지만 아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그의 삶이 저문 곳, 오베르쉬르우아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