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 몇점은 저같은 미알못에게도 길게 생각하지 않고도 작가의 이름을 바로 떠올리게할 만큼 그는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입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 2천여점의 작품을 남기고도 부와 명성 모두 얻지 못한 화가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그의 유명세에 비하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고흐가 죽기 직전 짧은 기간을 보냈던 작은 동네, 오베르쉬르우아즈(Auvers-sur-Oise)에 들렀습니다. 고흐 작품에 일천한 제게는 딱히 어떤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그저 여느 프랑스 시골마을처럼 깔끔하고 정갈하게 꾸며진 동네입니다.
그러나 그가 즐겨썼던 노란색처럼 화사한 햇살을 맞으며 생전에 거닐었을 동네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며 오히려 마음은 무거워졌습니다. 그게 작은 다락방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가이드의 설명 때문인지 지금의 유명세를 당대에 누리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제가 아는 것은 그가 허름한 하숙집 다락방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전히 논쟁이 있는 사건으로 짧은 삶을 마쳤다는 것뿐입니다. 제게는 천재로 보이는 작가의 삶이 너무 처연하게 다가와 가슴 한켠이 쓰려왔습니다.
형을 끝까지 후원했던 동생, 테오는 형과 죽어서까지 오베르쉬르우아즈 공동묘지에 나란히 묻혀 있습니다. 형의 성공을 기원했으나 화가로서 이름을 알리지 못한 형을 늘 안타까워 했을 동생이 함께 있어 외롭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 올린 나무뿌리 그림이 발견되기 전까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졌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배경이 된 들판에 친절하게도 안내판이 서있습니다. 그래서 그 벌판이 더욱 쓸쓸해 보였습니다. 고흐의 작품도 몇점 밖에 알지 못하는 미알못, 제 가슴 한구석에 그렇게 고흐에 대한 기억 한자락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