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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borambo Oct 30. 2023

회오리감자

동굴 속 시간 - 역도 2

 일본을 떠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채로 다시 돌아왔다. 내 삶과 나를 물리적으로 분리 시켜 마늘과 쑥을 우걱우걱 먹는 동굴 속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영문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무비자 90일을 다 채워 보고 싶다,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소리나 이리저리 대충 둘러댔다. 아무도 충분히 이해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왜, 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는지에 대해선 여행이 끝나고 두어달이 지나서야 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 오사카에서 날짜를 다 채우는 것이었는데, 도착한지 3일도 되지 않아 후회가 됐다. 이유도 모른채 마음엔 더 큰 응어리가 졌다. 이렇게 와아악!!! 떠나오면 마음을 쥐어짜는 무언가에게서 해방 될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최소 한겹이라도 탈각된 깨끗한 일상을 양손에 쥘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텅빈 에어비앤비 안이 좁게 느껴졌다. 산더미처럼 물건 쌓인 방 속에 갇혔다고 느꼈다. 나는 이딴 원인불명의 절규나 하러 이렇게 무리해서 떠나 온 것인가? 어이가 없어서 베겟잎에 얼굴을 파묻고 데굴데굴 굴러댔다. 


 계속 구르다가는 미쳐버린 회오리감자나 될 것 같아서 이유를 알아내기로 했다. 이곳으로 떠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영화 속 인물을 떠올려보았다. 자신이 있을 곳은 자신이 선택하던 그 인물. 흔들려도 결국 자신의 핸들을 낚아채던 그녀. 그런 그녀에게 질문들을 쏟아내보기로 했다. 얘,있잖아, .... 그녀는 질문을 다 듣지도 않고 마치 신처럼 대답했다. 

좌표가 잘못됐어. 좀 더 여행을 해 봐. 


 ...그런 것인가? 역시 완전히 동굴같은 환경이 아니어서 이렇구나!

환경을 바꾸는 일은 간단했다. 다른 도시로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아무도 없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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