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긴 소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gborambo Aug 11. 2023

첫째 박이 갈라지고 뭐가 나왔데?

연기 하는 이유 3

 추측하건데 쌀일 것이다. 인생 첫 대사였던 저 질문의 운율감만 가끔 느껴질 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친구의 대사였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다. 아직까지도 무진장 궁금한 것 중 하나이다.


 개인사에 공식적인 첫 공연은 2001년 11월 23일 학예회에서 발표한 흥부와 놀부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부터 6학년에 올라가기 전까지 아버지 고향에 온 가족이 내려가 살았고, 전학 간 학교의 담임선생님이 하필이면 연극부 담당이었다. 학기 중에 들어온 전학생에게 특별활동을 선택할 기회는 없던 것이다. 공연 연습기간은 일기장 내용으로 추측해봤을 때 대략 3개월 정도, 동급생 두 명과 함께 한복을 입고 막간 해설 비슷한 걸 했다. 초등학생 학예회 공연 오프닝을 풍물로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선생님이 공연 구성력이 좋으셨던 것 같다.


 그 3개월간 남은 일기에는 연습이 어떤 식으로 진행 됐는지 같은 내용 따윈 단 한 글자도 쓰여 있지 않다. 고작해야 학교 끝나고 공연연습을 가야한다는 한탄, 누가 연습을 대충한다 같은 투정이 드문드문 등장할 뿐이다. 그러다 어느 날엔, 원래 학급에서 친한 친구와 다투다가 연극부실로 달려간다. 그렇게 달려 온 나를 각 개 반에서 모인 연극부 친구들이 위로한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편들어 준 연극부 친구들이 좋다고 쓰여 있다. 지금의 나는, 그제야 연극반 친구들이 좋다고 몇 줄 언급한 게 황당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배우의 삶을 살아가는 미래의 자신에게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나는 아무런 메시지도 보내고 있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망가진 사람들의 조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