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 차에 들어서야 조심스레 거절을 해보지만 그런 말에도 어머니는 여전히 보내신다.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네가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과 그리움의 표현이려나. 직접 전할 수 없는 정성 어린 손길과 마음을 실어 보내는 그녀만의 방법 일테다.
시엄마네 산지직송
은퇴 후 작은 텃밭을 꾸리시는 아버님 밭에서 수확한 무, 배추, 아오리 사과부터 김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치까지. 박스를 비울 때마다 또 작은 박스가 나오고, 비닐봉지 꾸러미가 또 나온다.
역시 우리 어머니 큰 손 인정.
박스 위로 유월이가 좋아하는 대봉시가제일 먼저 등장했다. 먹거리를 고르고 포장하며 '이건 손주가 좋아하는 것', '잘 먹겠지', '부족하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이었을까. 손주는 다시 만나는 자식의 어린 시절이라더니,이토록 지극정성인 시어머니를 보며 문득 나 또한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랑받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 고부관계라는 게 이븐 하지 않을 때도(?) 더러 있었다.
막 결혼했을 무렵,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볶음밥이 최선이던 새댁 시절에는 어머니의 택배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마트에 다 있는걸 굳이 이렇게 챙겨 보내시나 싶었다. 손질도 필요 없이 간편하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라는 게 있는데.
요리에 서투르다 보니 원물 그대로의 재료들이 냉장고 안에서 썩는 건 뻔한 일이었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점점 쌓여갔다. 효자 남편은 참다못해 "엄마, 얘 이거 다 버려. 보내지 마."라는 말로 어머니의 가슴팍에 비수를 명중시키기까지 이르렀다. "내가 버린다니! 당신이 안 먹은 거잖아."로 시작된 부부싸움의 마침표는 늘 시어머니께로 향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택배공격은 시댁과 더 멀어진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둘에서 넷이 된 가족의 식비는 계산기로 두드려보기도 실로 어마어마했다. 냉장고 속 재료로 아이들을 먹여야 하던 어느 날, 어머니의 택배는 부담이 아닌 연결고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