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팔을 내어주지 말자!
암바(Armbar):
주짓수에서 상대의 팔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관절 기술.
암바는 상대의 팔을 내 다리로 고정한 후 배를 밀어 팔꿈치를 펴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트라이앵글:
상대의 목과 한쪽 팔을 내 두 다리로 삼각형 모양으로 감싸 조여 숨을 막히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주짓수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절대 팔을 내어주지 말라”는 것이다. 초보자일수록 팔을 내어주는 순간, 그 즉시 위험해진다. 상대가 팔을 잡기만 하면 암바나 트라이앵글 같은 기술에 걸려 경기가 순식간에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짓수에서 팔을 함부로 내주면 위험해지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타인에게 쉽게 손을 내미는 일은 주의해야 한다. 경계를 허물어 버리면 나를 지킬 수 없고, 그로 인해 쉽게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혼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내 마음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지만, 관계를 깊게 쌓아가는 데 필요한 신뢰와 개방성도 동시에 요구되었다.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는 나의 상처와 두려움을 모두 드러내는 것이 내 팔을 내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숨기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팔을 내어주는 일이었다. 이혼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들의 성본을 바꾸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그의 반응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겪은 과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것 같았고, 내 상처가 짐이 될까 걱정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과연 그를 보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을 더욱 고립시키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두려움은 결국 내 이야기를 숨기게 만들었고, 그와의 관계를 더욱 애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의 진정한 감정을 숨기는 것이 내 마음을 전달하는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결국, 아들과의 관계와 나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자기한테 속 시원하게 얘기하고 싶어도 못하겠어. 당신이 싫어할 걸 알아서 우리가 꼭 해야 될 말을 못 하니까...”
울면서 그에게 말했다. 그동안의 답답하고 속상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터져 나와 걷잡을 수 없었다.
“나도 궁금한 게 많은데 참고 있는 거야. 그 얘기를 들으면 나도 반감 생겨.”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모든 상황들이 버틸 수 없이 힘들어졌다. 그래도 꼭 하나만은 짚고 넘어가야 했다. 지금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아들 성본 변경 때문에 여기저기 전화해서 알아보고 고민했어. 그런데 이걸 말할 수 없었어. 내 과거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인데 당신이 싫어할 게 분명하니까.”
“그런 건 이야기해 줘야지...”
그의 대답은 너무 차분했고, 그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꼭 해결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가 내 과거를 싫어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리면서도, 그동안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경계를 세웠다. 그 경계는 내 마음을 보호해 주었지만, 동시에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았다.
결국, 내가 그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것이 내 팔을 함부로 내어주는 것이었다.
이처럼 주짓수에서 팔을 함부로 내어주지 말라는 가르침은, 우리의 관계를 이따금씩 되돌아보게 한다. 상처를 감추고 관계를 피하는 것은 결국 더욱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나의 상처가 그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 그렇게 서로의 손을 잡으며 진정한 소통을 나누는 것이, 결국 내가 팔을 내어주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