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연수 왕나경 시조시인
Aug 18. 2024
서울의 밤
왕나경
네온이 쏟아지는 도시의 거리마다
허공을 가로지른 섬광이 번뜩인다
불면증 모서리 전등
출렁출렁 흐르네
젊음이 만들어간 어둠을 잊은 도시
맛 집촌 찾아 나선 별종의 기행처럼
서넛이 엉클어져서
회색문을 넘는가
커튼을 제쳐놓은 무채색 낭떠러지
하얗게 덧칠하다 가슴에 맴돈 애환
새벽길 구르는 이슬
영롱하게 집 짓네
-시작노트
서울의 밤은 고독했다
뇌혈관 질환을 판정받고
서울의 큰 병원으로 재검사를 받기 위해 하룻밤 묶을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거리는 젊음의 도시였다.
네온이 쏟아지는
서울의 밤
젊은 남녀 어우러져 부둥키며
술잔을 부딪힌다.
내일 재검사를 위한 두려움과
낯 설움이 내 지친 어깨를 토닥였다
회색의 벽면을 마주하고
나는 고독을 훔쳐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