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개념
국내에서 인디 밴드가 등장한 시점이 1990년대 중반이니 한국의 인디 음악 역사도 30년 이상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홍대 부근은 인디 음악의 성지로 팬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인디와 얼터너티브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개괄입니다.
인디(indie)는 '독립적'을 의미하는 형용사 인디펜던트(independant)에서 유래된 단어로 창작자가 소규모 자본으로 작품의 기획, 제작, 홍보, 유통 등 대부분의 단계에서 주도권을 갖습니다. 음악 장르에 있어 인디 또는 인디 뮤직은 언급한 성격에 부합한 음악을 의미하며 대형 음반 레이블과 기존 유통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인디 뮤직과 관련된 단어 혹은 장르로는 펑크(punk), DIY(do it yourself),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얼터너티브(alternative), 개러지(garage), 그런지(grunge), 브릿팝(brit pop), 이모(emo) 등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 DIY가 음악으로 가면 뮤지션이 자신의 곡을 스스로 녹음하여 제작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유행한 펑크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영국의 높은 실업률은 젊은이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았고 이들을 대표하는 문화가 펑크였습니다.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려웠던 이들은 지역의 펍이나 클럽 등 언더그라운드에서 노래와 연주를 하며 대안을 모색하였고 DIY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이게 인디 음악 혹은 인디 언그라운드 음악의 출발이 됩니다.
얼터너티브는 얼터너티브 록, 얼터너티브 뮤직과 혼용하며 언급한 인디 음악에 뿌리를 두고 발전하였습니다. 얼터너티브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배경은 주류 음악 산업의 쇠퇴와 엑스세대의 부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대규모 자본과 강력한 유통시스템으로 대변되는 음악 산업이 쇠퇴하면서 기업형 록, 하드 록, 글램 메탈 등을 지향했던 주요 음반사들은 대안(얼터너티브)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1990년대 엑스 세대의 등장은 얼터너티브 음악의 부상에 크게 기여합니다. 이 엑스 세대가 요즘 국내에서 부정적으로 회자되는 영포티입니다. 현재 오십대가 된 영포티가 얼터너티브 음악의 주축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일까요?
1990년대 너바나의 돌풍은 얼터너티브 록이 음악계의 주류가 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서부의 워싱턴 주 시애틀과 주변 도시들을 중심으로 인디 음악이라는 뿌리에 펑크와 메탈을 접목한 스타일의 얼터너티브 록이 발전하였는데 이를 그런지라고 부르며 너바나가 이러한 밴드들 중 정상에 있습니다. 그런지는 이들이 무대에서 보여준 닳고 헤진 의상에서 파생되었고 나아가 문화 현상이 됩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젊은층의 음악 또는 문화가 얼터너티브의 그런지라면 영국에서는 브릿팝이 음악의 주류이자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브릿팝은 얼터너티브, 펑크, 인디, 뉴웨이브 등의 다양한 스타일을 보이는데 이 글에서는 편의상 브릿팝을 얼터너티브 록이라고 생각하고 흐름을 따라가도 무방합니다.
개러지는 개러지 록 혹은 개러지 펑크를 가리킵니다. 1960년대 유행한 서프 록과 브리티시 인베이젼을 주도한 비틀즈와 일련의 영국 밴드들에 영향을 받은 미국과 캐나다의 청년층에서 발전한 록입니다. 아마추어인 젊은 뮤지션들이 부모의 집에 딸려있는 차고에서 연주와 리허설을 했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개러지 록은 1970년대 중반 펑크 록의 등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펑크 록의 첫 장에 있는 밴드들로는 미국의 라몬즈, 영국의 섹스 피스톨즈와 클래시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개러지 록에 뿌리를 두고 차고에서 연습을 하면서 펑크 록을 창조하게 됩니다.
이모코어 혹은 이모셔널 하드코어로도 불리는 이모는 하드코어 펑크에 뿌리를 두며 얼터너티브 록, 인디 록, 펑크 록 등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드코어 펑크 스타일이지만 감정적이고 고백적인 가사를 특징으로 합니다. 케이팝을 이끄는 걸그룹 중 엔믹스의 릴리가 리무진서비스에 출연하여 좋아하는 장르로 이모를 꼽기도 하였습니다.
1970년 중반 영국의 경기 불황 속에서 만들어진 펑크(펑크 록). 펑크는 1960년대 개러지 록과 1950년대 로큰롤에 영향을 받아 펑크 문화를 형성하며 발전했습니다. 펑크가 탄생한 지도 60년이 지났습니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거친 재즈가 수많은 하위 장르와 스타일을 만들어냈듯이 펑크 또한 21세기 전후 다양한 음악 형성에 기여를 하며 대중음악을 이끌었습니다. 얼터너티브 록, 인디 록, 뉴웨이브, 스피드 메탈, 스래시 메탈, 뉴웨이브 오브 브티티시 헤비 메탈 등에는 펑크라는 디엔에이가 각인되어 있고 펑크는 다양한 형태의 서브 장르로 확장되거나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통하여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얼터너티브 록과 관련된 음악을 개괄하였습니다. 1970년대 언더그라운드에 있다가 주류 음악의 쇠퇴에 따라 1990년대 부상하면서 주류 음악으로 자리잡은 얼터너티브.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21세기 중반부로 가면서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음악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순으로 얼터너티브 록을 이끈 밴드들을 찾아 감상을 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다보면 새로운 음악의 도래는 님들의 도파민을 싹돌게 할 것입니다.
핫불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