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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디조넷 (1942~2025)

주요작 11선

by 핫불도그

Jack DeJohnette

잭 디조넷 (사진: Steven Sussman)

하드밥 드러머에 영향을 받았지만 프리 재즈, 월드 뮤직, R&B 등의 요소를 포용하며 자신만의 드럼 세계를 구축한 잭 디조넷이 10월 26일 심부전으로 타계하였습니다. 향년 83세. 디조넷은 국내팬들에게는 키스 자렛 트리오의 멤버로 알려져 있는 인기 있는 드러머이자 피아니스트입니다. 디조넷은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중반 찰스 로이드의 초기 앨범에 참여하였고 1970년대 전후 마일즈 데이비스의 재즈 퓨전 밴드 멤버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또한 1980년대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밴드를 통해 뛰어난 리더 작품들을 발표하였습니다. 디조넷의 60년 프로 경력을 받쳐주는 세 개의 주춧돌이 이러하니 각각 따로 소개하면 좋겠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그를 대표하는 앨범 11장을 시대순으로 골라 소개합니다. 세션 앨범, 공동 앨범, 그리고 솔로 앨범을 적절히 안배하였으니 시간을 두고 모두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주요작 11선

1. 1966: 찰스 로이드 <Dream Weaver>

현재 87세의 리드 플레이어로 이미 전설이 된 찰스 로이드의 초기 3집입니다. 아틀란틱 레코드에서의 데뷔작이자 첫 쿼텟 작품으로 찰스 로이드(테너 색소폰, 플루트), 키스 자렛(피아노), 세실 맥비(베이스), 잭 디조넷(드럼) 편성입니다. 1966년 3월 유럽 및 미국 페스티벌 공연을 며칠 앞두고 녹음하였으며 1966년 발표한 재즈 음반 중 괄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당시 자렛은 21세, 디조넷은 23세로 자렛의 독특한 연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렛 또한 아틀란틱을 통해 초기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는데 이후 ECM으로 이적하여 1970년대 초반부터 일련의 피아노 솔로 앨범을 발표하여 재즈 피아노 즉흥 연주의 신기원을 이루게 됩니다. 디조넷은 파워풀하지만 절제된 드러밍으로 로이드와 자렛의 솔로를 받쳐주고 있습니다.


2. 1968: 빌 에반스 <At the Montreux Jazz Festival>

재즈에 입문하여 재즈 피아노나 트리오 연주를 듣게 되면 빌 에반스를 금방 만나게 됩니다. 에반스의 피아니시즘은 재즈 미학과 닿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빌 에반스 트리오를 따라올 콤보는 많지 않습니다. 1960년대는 재즈사적으로 프리 재즈와 아방가르드 재즈가 두각을 나타냈지만 쿨 재즈 나아가 재즈라고 통칭할 수 있는 연주를 구사한 빌 에반스의 전성기이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몽레알 재즈 페스티벌 다음으로 큰 규모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 1967년 스위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듬해 초청을 받은 에반스 트리오는 휴양 도시의 카지노에서 6월 15일 공연을 합니다. 고메즈의 베이스, 디조넷의 드럼은 박진감이 넘치고 첫곡과 끝곡에 에반스의 오리지널을 배치하였습니다. 이 앨범의 열기, 관객의 호응은 중간중간 박수소리만 들어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에반스에게 두 번째 그래미상을 안겨주었습니다.


3. 1970: 마일즈 데이비스 <Bitehes Brew>

일렉트릭 악기를 채용하며 록적인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마일즈 데이비스의 혁신적인 접근으로 재즈 퓨전이라는 장르를 연 역사적인 앨범입니다. 앨범명은 '재즈짱들의 향연' 정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1969년 앨범 <In a Silent Way>의 멤버에 쿠이카, 콩가, 퍼커션, 드럼, 셰이커, 클라리넷, 일렉트릭 베이스 등의 연주자들이 다수 포진됩니다. 잭 디조넷은 데이비스의 재즈 퓨전 초기인 1969~72년 동안 중추적인 리듬 섹션을 담당하였습니다. 재즈 퓨전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이 앨범을 처음 접하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작품이었는데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에 있던 멤버들은 자신의 퓨전 밴드를 만들어 1970년대 재즈 퓨전의 역사를 써나가기 시작합니다. 칙 코리아가 이끈 리턴 투 포에버(RTF), 조 자비눌과 웨인 쇼터의 웨더 레포드, 존 맥글러플린의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 허비 행콕의 헤드헌터스 등이 그 예입니다.


4. 1974: 폴 데스몬드 <Skylark>

데이브 브루벡 쿼텟. 데이브 브루벡(피아노), 폴 데스몬드(알토 색소폰), 유진 라이트(베이스), 조 몰렐로(드럼) 등으로 이루어진 콤보로 네 명 모두 뛰어난 플레이어입니다. 이 쿼텟의 인기는 대단하였습니다. 특히 1959년 앨범 <Time Out>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중 하나로 쿨 재즈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고 여기에는 데스몬드의 오리지널 "Take Five(5분간 휴식)"가 실려 있습니다. 데스몬드는 1950~76년에 걸쳐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멤버로 활동하였고 병행하여 리더로서 여러 작품을 발표합니다. 그중 1976년 작품 <Skylark(종달새)>은 CTI에서 녹음한 첫 앨범입니다. CTI는 음반 제작자인 크리드 테일러가 1967년 설립한 재즈 레이블로 쿨 재즈, 웨스트 코스트 재즈, 보사노바, 오케스트랄 재즈 등에서 저력을 발휘합니다. 이 장르를 탐구하는 분들에겐 보물섬이 될 수 있습니다.

앨범 <종달새>는 데스몬드가 리더로 녹음한 앨범 중 대표 작품입니다. 쿨 재즈와 보사노바를 만끽할 수 있는 연주. 그리고 데이브 브루벡 쿼텟 시절의 "5분간 휴식"을 "10분간 휴식"으로 늘려 첫 곡에 배치합니다. 편성이 독특합니다. 기타 두 대 중 솔로는 가보르 자보가 담당하고 첼로와 베이스가 아름다운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디조넷의 드럼과 맥도날드의 퍼커션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밥 제임스가 피아노와 전자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이 앨범은 데스몬드의 다른 작품에 비하여 평점이 높지 않습니다. 아주 편안한 연주라서 일까요? 비평가의 평점은 참고용이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대표곡 "10분간 휴식"은 "5분간 휴식"과 비교해서 듣게 됩니다. 두 곡을 같이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은 특별합니다. 앨범을 대표하는 "종달새"는 푸른 창공에 솟아올라 날갯짓을 하며 멈춰 있는 종다리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5. 1975: 게이트웨이 <Gateway>

1944년 뉴욕 주 포트 체스터 태생인 존 에버크롬비는 열 살에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1967년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뒤 1969년부터 본격적인 프로 경력을 쌓게 됩니다. 사용하는 악기는 전자 기타가 중심이지만 어쿠스틱 기타, 만돌린, 기타 신시사이저 등이 포함됩니다. 50년 가까운 연주 경력에서 리더로 발표한 앨범은 약 60여 편에 이릅니다. 그중 1970년대 ECM을 통해 발표한 트리오 작품들을 그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에버크롬비가 참여한 밴드 중 하나가 게이트웨이인데 존 에버크롬비(기타), 데이비드 홀랜드(베이스), 잭 디조넷(드럼)의 트리오입니다. 재즈 퓨전과 아방가르드 재즈를 대표하는 뮤지션 홀랜드의 오리지널을 중심으로 녹음되었습니다.


6. 1980: 잭 디조넷 <Special Edition>

디조넷은 1969년 26세에 데뷔 앨범 <The DeJohnette Complex>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때는 그가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디조넷의 뛰어난 리더 작품은 1980년대 ECM에서 활동하던 시절과 일치합니다. 밴드명은 '잭 디조넷의 스페셜 에디션'이며 잭 디조넷(드럼, 피아노, 멜로디카), 데이비드 머레이(테너 색소폰, 베이스 클라리넷), 아더 블라이스(알토 색소폰), 피커 워렌(베이스)의 쿼텟입니다. 1979년 3월 뉴욕에서 녹음하였고 1980년 1월 1일 출시되었습니다.


7. 1980: 팻 메스니 <80/81>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의 포크 재즈 앨범입니다. 쿼텟이며 멤버는 다음과 같습니다.

팻 메스니: 기타

마이클 브랙커, 듀위 레드맨: 테너 색소폰

찰리 헤이든: 베이스

잭 디조넷: 드럼

메스니의 작품에는 색소폰을 찾아 보기 힘든데 이 앨범이 그중 하나입니다. 첫 곡 "Two Folk Songs"에서 들려주는 디조넷의 드러밍은 브랙커의 색소폰과 메스니의 기타와 어우러지며 명연을 만들고 있습니다. 참여한 다섯 명 모두 재즈계의 전설이며 메스니 외 모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두 장짜리 앨범은 개인적으로 가까이 하는 메스니 작품입니다.


8. 1984: 잭 디조넷 <Album Album>

1980년 디조넷이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밴드로 리더작을 발표하였습니다. 1984년 앨범 <Album Album>도 스페셜 에디션의 연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방가르드 재즈, 포스트 밥 작품입니다. 총 여섯 곡 중 다섯 곡이 오리지널이며 나머지는 설로니우스 몽크의 "Monk's Mood"입니다.

잭 디조넷: 기타, 키보드, 신시사이저, 드럼

하워드 존슨: 튜바, 바리톤 색소폰

데이비드 머레이: 테너 색소폰

존 퍼셀: 알토/소프라노 색소폰

루퍼스 리드: 베이스 기타, 더블 베이스

디조넷은 어린 시절 피아노를 먼저 배웠습니다. 그의 드러밍이 다른 뮤지션들과 다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도 있으며 건반주자로서의 역량을 이 앨범에서 보여줍니다. 디조넷의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려면 스페셜 에디션의 앨범들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개한 두 장의 앨범이 출발점입니다.


9. 1986: 키스 자렛 트리오 <Still Live>

1970년대 키스 자렛의 솔로 그리고 유러피언 쿼텟의 연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1970년대 재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자렛은 1980년대 초반 트리오를 구성합니다.

The Standards Trio(1983~2014)
키스 자렛(1945~): 피아노
게리 피콕(1935~2020): 더블 베이스
잭 디조넷(1942~2025): 드럼

유러피언 쿼텟을 뒤로하고 스탠더즈 트리오가 또 하나의 재즈 이정표를 세우게 됩니다. 빌 에반스 트리오 이후 가장 뛰어난 그리고 빌 에반스 트리오에 견줄만한 콤보의 완성을 보게 된 것입니다. 스탠더즈 트리오의 첫 앨범은 1983년에 발표됩니다.

1983년 Standards, Vol. 1

1983년 Changes

1985년 Standards, Vol. 2

1986년 Spirits

1986년 Standards Live

1986년 Still Live

...

그리고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2014년 트리오는 해산됩니다. 게다가, 피콕이 2020년 9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렛은 왼손 마비로 활동을 접었습니다. 디조넷만 재즈 드럼의 장인으로 건재하였으나 2025년 10월 26일 타계하였습니다. 스탠더즈 트리오가 만드는 사운드는 솔로 그리고 쿼텟과 많이 다릅니다. 3인이 들려주는 역동성, 인터플레이, 솔로 그리고 다시 혼연일체의 트리오... 앨범 <Still Live>는 1986년 7월 13일 녹음되어 1988년 3월 출시되었습니다. 연주는 총 98분 13초로 2CD 버전입니다. 스탠더즈 트리오의 모든 앨범을 차례대로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10. 2017: 허드슨 <Hudson>

허드슨강과 가까운 우드스탁 페스티벌에서 만나 공연한 인연으로 네 명의 아티스트들이 "허드슨"이란 밴드명으로 앨범 <허드슨>을 발표하였습니다.

잭 디조넷: 드럼

존 스코필드: 기타

존 메데스키: 피아노

래리 그라네디어: 베이스

존 스코필드는 팻 메스니, 빌 프리셀 등과 견주는 현존 최고의 기타리스트입니다. 래리 그라네디어는 브래드 멜다우와 20년 이상 활동하며 멜다우의 앨범에 기여하였습니다. 존 메데스키는 재즈, 펑크, 아방가르드 재즈 계열의 피아니스트 겸 키보디스트입니다. 이 앨범은 디조넷이 70대 중반에 참여한 마지막 공동 앨범이 되겠습니다.


11. 2021: 곤잘로 루발카바 <Skyline>

2018년 가을 녹음하여 2021년 발표한 곤잘로 루발카바의 아프로-큐반 재즈입니다. 쿠바 출신 피아니스트인 루발카바는 미국을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에 눈여겨 볼 아프로-큐반 재즈 앨범인 <Skyline>은 곤잘로 루발카바(피아노), 론 카터(베이스), 잭 디조넷(드럼)의 트리오입니다. 76세의 디조넷과 81세의 카터. 이들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재즈의 중심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앨범 타이틀과 커버 디자인에 반영하였고, 뵈젠도르퍼를 연주하는 루발카바와 두 명의 전설은 맨하탄 스카이라인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2022년 그래미 최우수 재즈 기악 앨범이자 루발카바의 세 번째 그래미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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