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땐 그저 단순했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았고 (물론 지금도 좋지만)
그림을 그려서 유명해지거나 성공하고 싶었다.
아주 막연한 생각이었지만 단순했고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렸고 뭘 표현하려고 하는지도 몰랐다.
처음 나의 그림은 정말로 원초적인 것들이었다.
그저 그리는 행위 자체로 만족하고 그게 다였다.
깊은 의미를 생각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며 사춘기가 오듯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도 그림 사춘기가 찾아왔다.
‘나는 뭘 그리려는 거지?’
‘이것의 목적은 무엇이지?’
긴 시간 동안 고민은 이어졌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과 프로젝트도 했고
작가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작업들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작업들이 만족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그래서 계속해서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찾게 된 그림을 그리는 나의 목적은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따뜻함 행복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림은 그 방향성에 맞춰 더 따뜻하고 밝아졌다.
그림이 따뜻하다 예쁘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또 단순히 그림이 예쁜 그 한계에 부딪혔다.
그림이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나는 좀 더 직접적인 전달력을 원했다.
그동안 나는 그리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즐거웠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이타적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완전한 만족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향해 내가 무언가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하는 이런 마음도 사실 나 자신을 위한 생각인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좀 더 이타적인 방향으로 영향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그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림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그것을 그린 작가의 스토리가 없으면 깊이를 더 느끼기 어렵다. 엄청나게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그 눈에 보이는 그림 자체만으로 유명해진 건 아니다. 작가의 삶과 생각 그 안에 담긴 의도와 노력이 있기에 사람들이 찬사를 던지고 유명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 그림에는 그게 없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스토리에 담겨있다. 사실 이미 예전부터 스토리가 중요한 건 알고 있었고 스토리를 담는 도전을 하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항상 내 그릇이 되지 않아 늘 주저했고 애써 외면했다.
결국엔 그림을 그리기 이전에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었다. 나의 이야기가 준비가 되어야만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어찌 됐든 그럼에도 그림은 계속 꾸준히 그렸다.
대략 1만 시간의 법칙에 해당하는 시간이 채워졌다.
그래서 그림은 더 이상 나에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난 그리는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스토리를 담은 만화나 동화책을 만들어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히 그리는 것과 이야기를 담아 그리는 건 다른 문제였다.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게 사실 더 어렵다.
정말 좋은 이야기 세상에 남는 메시지는 짧고 굵다.
지금의 나처럼 구구절절하지 않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갑자기 튀어나오진 않는다. 이것 또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야기의 근본은 결국엔 사람의 생각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는 연습이 먼저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글로 어떻게든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먼저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난 그런 좋은 생각과 글을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해오지 못했고 그렇게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이야기에 대한 걸 외면한 채 그림만 그리는 작가로 살아온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10년 차가 되던 올해 초부터 유독 좌절되는 일들을 겪으면서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워졌다.
그렇게 나에게 처음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바닥을 치고 나자 다시 본질인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책도 읽기 시작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다시 글과 이야기에 집중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무작정 글을 쓰다 보니 내 안에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왔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마 내 잠재의식 속에선 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무작정 일기와 글을 쓰기 시작하자 드디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다음엔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생겼다.
앞서 말했지만 만화나 동화를 통해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건 내가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기 하지만 더 깊은 능력이 필요다는 걸 계속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좀 더 러프하게 편하게 경험하며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 무렵 난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연히 자기 계발 채널을 보게 되었고 여러 가지 채널을 보며 여러 이야기들과 지식들을 흡수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영상들이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며 변화시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불현듯 스토리를 말로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며 전달하는 게 가장 효과가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블로그나 브런치처럼 글로서 전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글을 읽는 사람들 자체가 영상을 보는 사람들보다 적기 때문에 콘텐츠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유튜브를 하기로 했다.
결심을 하고 나서도 사실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냥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한 인간으로서 나랑 비슷한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더 와닿고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깊이 있는 내용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것들을 나눠보기로 했다.
당분간은 그래서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고 시도해보려 한다. 그리고 다짐을 위해 이렇게 글을 남긴다.
그리고 엊그제 드디어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그냥 영상 하나일 뿐이지만 나에겐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던 고민의 결과물이기에 제작하면서 너무 설레기도 했고 떨리기도 했다. 만들어서 업로드했다는 그 자체로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면서 최근 그 했던 어떤 일 보다 성취감이 가장 컸다.
유튜브 첫 영상 이야기 또한 이 블로그 글과 비슷한 나의 생각을 담았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이 블로그에도 어떤 글들을 남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계속 이야기하면서 길을 찾아가려 한다.
걸어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by.J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