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적는 대부분의 글들은 현상을 이론에 껴맞추려고 노력하는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식사로 오뚜기의 진짜쫄면을 먹었다. 매콤하면서 알싸한게 매력이 있다. 나는 비빔면류는 꼭 반숙 계란후라이와 같이 먹는 편이다. 식사는 만족스러웠고,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왜 사람들은 매운 음식에 중독이 될까?", "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 매운 음식을 찾는다고 하는 것일까?'
물론 전세계적인 현상이 아니라, 특히 우리나라에서 빈번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시킬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분석을 한번 해보게 된다. 나의 카르마 존재감 이론에 맞추어서. 나름의 명쾌한 결론을 내리게 되더라.
우선 매운맛에 대해 초점을 맞춰보자. 매운맛은 어떤 '맛', 즉 혀에서 느껴지는 미각이 아니라 촉각에 해당한다고 한다. 보다 자세하게 분류하면 열감이며, 통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맵찔이라 매운맛을 비선호하는 나로서는 매운 음식을 특별히 선호하는 사람들에 대해 통각을 즐기는 '변태'라고 말하곤 했는데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의 이론의 기본 전제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의 인식과 확장을 원한다', 즉, [나는 살아있다, 나는 존재한다]라는 느낌을 계속 꾸준히 받는 것이 근본적 작동 원리이다. 여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몇가지가 있는데 1) 스스로 얻는 '자아정체성' 측면, 2) 육체적 만족, 정신적 만족을 통해서 얻는 감각적인 느낌, 3) 타인이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것을 통해서다.
그렇다면 '매운맛', 통각이라는 것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2)번째 측면에서 존재감을 인식하게 해준다. 견딜 수 있는 매운맛이라는 통각은, 순간적으로 육체에 강렬한 초점을 맞추게 만들며 '나는 살아있다. 나는 존재한다'라는 감각을 또렷하게 해준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들이 매운맛을 선호하는 것의 원리가 이해가 된다. 결국, 자신의 존재를 더 또렷하게 만들어준다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나의 분석을 더해보자면 대부분의 매운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맵부심'이 있다. 이 맵부심이라는 것은 '나는 이 고통스러운 매운맛을 남들보다 잘 견딘다. 나는 강하다. 다르다.'라는 생각이라고 분석하고 싶다. 즉, (1)의 자기정의의 측면에서 '나는 특별하다. 나는 다르다'라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것이 맵부심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여기에 관중까지 있다면? 즉, 나의 매운 음식에 대한 강점을 감탄하면서 바라봐주는 관중들이 있다면?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3)의 카르마까지 수급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득일 수 밖에 없다.
매운맛이 존재감을 또렷하게 만든다면 왜 모든 사람들이 매운맛을 선호하지는 않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맵기'는 통각이다. 고통을 준다. 견딜 수 있는 고통은 감각을 더 또렷하게 해주지만, 과도한 통각은 '위협'이 된다. '나는 안전하지 않다. 나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라는 느낌을 일깨우며 되려 존재감이 옅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견딜 수 있는 자만이 매운맛을 선호하는 것은 뭐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논리이긴 하다.
매운맛에 '중독'이라고 말할 만큼 매운맛만 찾는 사람들은 어떨까? 조심히 말해보건데 삶이 단조롭고 무료한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어느정도의 디폴트 카르마 흐름에 의한 존재감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짧고 강렬한 자극, 매운맛이라는 카르마 수급 방식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맛을 찾는 것은? 스트레스란 [나의 카르마가 어딘가로 유출되고 있다]의 결과이다. 일상의 각종 사건들, 어떤 비선호적인 일들에 의해 카르마가 유출되어 존재감이 옅어지게 되면, 이것을 충당시키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게 되는게 인간의 행동원리인데, 거기에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매운맛이 그러한 효과가 있다면 매운맛을 찾게 되는게 놀랍지 않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피가 떨어져서 포션을 빠는 것이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