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년간 운영해온 모임에 국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신 어르신께서 격려차 방문하셨습니다. 오랜 시간 업계에서 신뢰를 쌓아온 분의 방문은 무척 반갑고도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문득 지난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길을 달려왔을까?”
우리는 흔히 상대방이 속한 조직이나 일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곤 합니다. 겉모습이나 배경만으로 그 사람의 본질을 가늠하려는 습관은 생각보다 자주 드러납니다.
얼마 전 동네 커뮤니티 모임에서도 비슷한 제 경험을 되돌아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참석한 한 분을 처음 뵈었는데, 외견상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3차까지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그분이 지역 대표 아파트 상가의 건물주, 말 그대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은 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었는가?’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질문은 제 자신을 향했습니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오래된 지인이 있습니다. 그분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어디서 무슨 일을 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정말 중요한 건, 조직의 시스템 안에서만 보호받고 편하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조직 밖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야생력’을 키우는 거야. 그런 야생력을 갖춰야 비로소 조직에 가려져 있던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거든.”
그 말은 늘 저를 멈춰 서게 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나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겉모습이나 배경이 아니라 본질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깊이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