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
누구나 한 번쯤은 모든 걸 버리고 훌훌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새로운 땅에 대한 동경은 단순히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바라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첫 짐을 풀었던 것을 기억한다. 막연하게 '어디 경치 좋은 곳에서 몇 달, 혹은 몇 년 쉬고 싶다'라는 뜬구름 잡는 생각만 몇 번 했었을 뿐, 내가 지금 캐나다에 정착하게 된 건 안중에도 없었다. 이 포스트를 기점으로 단기 체류 여행객이 어떻게 이민자가 되었는지, 그동안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금씩 풀어나가려고 한다.
첫 포스트에서는 어떻게 캐나다에 입국할 수 있는지 몇 가지 써보려고 한다. 우선, 캐나다에 장기적으로, 합법적으로 '큰 문제없이' 체류할 방법은 여러 방법이 있다.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방문자 비자 (Visitor Visa, https://www.canada.ca/en/immigration-refugees-citizenship/services/visit-canada/supporting-documents.html)는 제약이 상당히 많다. 6개월 이내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왕복 항공권이 있어야 하며, 충분한 여행 경비를 증명해야 하고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범죄 경력이란, 한국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든 범죄를 포함한다. 특히나 한국은 음주운전에 관대한데, 이와 관련된 범죄 기록이 있으면 입국이 굉장히 힘들다. 게다가 소문에 의하면, 방문자 비자로 들어오는 미혼 여성들은 요주의 대상이라 취조받기도 한다. 따라서 본인이 6개월 이상 신분에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지내고 싶다면, 일을 할 수 있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 심산에 좋다.
캐나다 내에서 교육인가를 받은 학교는 Designated Learning Institution, 줄여서 DLI라고 한다. 해당 학교에 등록금을 내서 입학 허가를 받고, 재정증명과 고국으로 돌아갈 의사(예시 : 비행기 왕복 티켓)를 정부에 보여주면 학업 허가증이 나온다. 6개월 미만의 학업은 학업 허가증이 따로 없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이력서에 공백기를 넣어야 하는 슬픈 상황을 최대한 피할 수 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공식적으로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지식이든 언어든 무언갈 배울 기회가 생긴다. 만약 공립학교나 Co-op학교에 다니게 된다면, 주당 최대 20시간 일할 수도 있다. 단점은, 돈이다. 캐나다는 다국적 학생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장사하는 나라인 것 같다. 공립학교 UBC 기준으로 학기당 약 $50,000를 수업료로 바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언어학교나 co-op학교는 공립학교보다 싼 편이나, 캐나다 내에서 제대로 된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6개월 기준 최소 $4,000 정도 냈던 것 같다. 또한 study permit으로 일하게 된다면, 경력은 이민 심사 때 인정받을 수 없다.
가장 유명한 open work permit이다. 최대 2년 동안, 고용주나 주 당 노동시간 제약이 없이 일할 수 있다. 정부에서 받는 방법이 있고, 지정 기관에서 받는 방법이 있다. 지정 기관에서 받는 것은 study permit 받는 것처럼 돈을 써야 하고, 정부에서 받는 것은 processing fee만 지불하면 된다. 만 18세에서 30세의 신체 건강한 청년이라면 받을 수 있다. 다만 여행자 보험에 꼭 가입해야 하고, 왕복 비행기표와 최소 $2,500 현찰을 증빙할 수 있어야 한다. open work permit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면, 추후 이민 시 캐나다 내 경력으로 포함된다.
Open work permit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남아있는 선택지다. 법적으로 고용주랑 근무 기간이 지정되어 있으며, 변경이 불가능하다. 노동 허가서를 받는 과정은 꽤 복잡하다. 우선, 고용주가 캐나다 내에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해 외국인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어야 한다. 그다음에 고용주가 캐나다 밖에서 해당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스카우트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이것을 Labour Market Impact Assessment, 즉 LMIA라고 부른다. LMIA 허가가 나게 된다면, closed work permit을 신청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 복잡하지 않은 과정 같지만, LMIA를 받기 위한 서류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회사 내에 법무팀이 있으면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반드시 이주공사에 의존해야 한다. 한국에서 준비해야 할 증빙 서류도 많으며, 조금이라도 실수할 시 거절이 나기 때문에 몇 개월을 낭비하게 된다. 게다가 고용주가 '첫눈에 반할'만큼 경력이 있지 않거나,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 신뢰 관계가 전혀 없는 경우엔 골치가 아파진다. 그런 경우에는 노동 허가서를 받을 수 없을 확률이 굉장히 높고, 받는다고 하더라도 서로 악연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즉, closed work permit은 최후의 보루다.
앞으로도 정부 홈페이지를 계속 링크할 것이다. 먼 타향에서 사기 안 당하는 방법은, 공식 발표 자료를 우선으로 찾는 것이다. 2차 가공된 자료만 보게 된다면,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기 때문이다. 다음 포스트에선 나의 첫 캐나다 입국 기를 적겠다. 나 스스로 지난 일을 곱씹으면서 분노에 차올라 욕지거리를 할지도 모른다. 나의 안일함과 무지,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 땅을 밟게 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