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Trust
영국은 자연경관이 수려해서 사는 지역 근교, 어디를 가더라도 여행을 온 기분이다.
런던 시내를 비롯하여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푸르른 잔디공원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 마음이 편해진다. ‘잔디를 밟지 마시오’라는 푯말에 익숙한 나는 잔디 위를 걷고, 뛰고, 앉고, 눕는 영국의 일상이 아직도 낯설다.
처음 영국의 엄청난 규모의 공터, 공원으로 쓰이는 장소를 발견할 때마다 신도시 하나가 개발될 크기인데, 이렇게 땅을 놀리다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한참 했었더랬다.
나도 모르게 배어버린 효율을 중요시하며 살아온 습관을 인지한 계기가 되었고,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즐기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 당시에는 National Trust(내셔널트러스트)가 뭔지도 모르고 아이들과 영국의 전통을 경험하고자 Easter day(부활절) 기념행사로 egg hunt(에그 헌트)가 열렸던 Polesden Lacey를 찾았다.
원래, 에그 헌트는 아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장식된 달걀이나 초콜릿 달걀을 숨기는 부활절 게임인데, 이곳에서는 정해져 있는 경로로 걸으면서 중간중간 제시되어 있는 문제도 풀고, 제시어를 하나씩 모으면서 최종 단어를 완성해 가는 미션이었다.
문제는 부활절 관련 문제도 있었고, 해당 장소에 대한 식물, 동물 등에 대한 퀴즈로 구성되어 있었다. 미션을 완료하면, 커다란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상품으로 준다.
꽤 먼 거리를 아이들은 미션을 수행하느라 힘들지 않게 걷고, 어른들은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며 건강도 챙기고,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도 얻으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내셔널트러스트의 매력이다.
입장료가 비싸기도 했고 조금 더 내고 가족 연회원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권유에 멤버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내셔널트러스트에 대해 하나하나 탐색해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는 영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비영리 단체로, 1895년에 설립되었다.
영국 전역 6만여 개의 건물과 25만 헥타르의 땅, 500여 곳의 역사적 건물, 정원, 성, 교회, 농장, 해안선 등을 소유하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 560만 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내셔널트러스트가 보호하는 재산들은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되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목표는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미래세대에게 전달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전파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귀족 혹은 역사적 중요 인물과 관련된 건물 등 재산은 처분할 수도 없고, 개인이 관리하기에는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에 국민 신탁법에 의해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해 시민들의 공동 소유물로서 영구적으로 보전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엿보고 싶다면 내셔널트러스트 가입은 필수라고 권하고 싶다.
영국의 유산을 보호하는 데 힘을 보탠다는 기부의 개념으로 매년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인들을 주위에서 많이 접해왔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책임지는 공동체로서의 영국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내셔널트러스트 멤버십에 가입하면 우선, 내셔널트러스트가 관리하는 500여 장소에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주차비도 면제된다.
가입 시 잡지와 가이드북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행사나 여행에 참여할 수 있으며, 상점과 식당 등의 할인 혜택도 이용할 수 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가장 큰 자금원은 회원들의 기부금과 입장료이다.
멤버십 가입 비용
평생회원에게는 Guest +1명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혜택이 있었는데, 최근 이 옵션이 사라진 것은 아쉽다.
자연과 정원
내셔널트러스트는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정원을 보호하고 있어서 산책, 피크닉, 캠핑,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식물과 꽃, 그리고 야생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Aira Force and Ullswater에서는 환상적인 폭포와 호수를 볼 수 있으며, Bodnant Garden에서는 다채로운 색상과 향기의 꽃들을 볼 수 있다.
건물과 유산
내셔널트러스트는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건물과 유산을 보존하고 있어서, 영국의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의 저택, 성, 성당, 수도원, 또한, 유명한 작가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엿볼 수 있는 장소들도 많이 있다. [Blenheim Palace]에서는 영국의 전쟁 영웅인 첫 번째 델비 공작 존 처칠의 출생지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저택을 볼 수 있으며, [Sissinghurst Castle Garden]에서는 작가 비타 사크빌 웨스트와 그녀의 남편 하롤드 니콜슨이 조성한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가족 친화적인 장소
내셔널트러스트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있는데, 각 시즌별 테마를 주제로 다양한 가족친화적인 행사와 활동들이 열리고 있다. [Belton House]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미로, 그리고 기차를 탈 수 있으며, [St Michael’s Mount]에서는 보트를 타고 섬에 가서 성당과 성곽이 있는 저택을 볼 수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매년 방문객 수를 기준으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를 발표한다.
Blenheim Palace (옥스포드셔): 18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저택으로, 영국의 전쟁 영웅인 첫 번째 델비 공작 존 처칠의 출생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소이다. 저택 안에는 체스터필드 가문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가구와 그림, 그리고 유명한 블렌하임 테이프스트리가 있다.
Sissinghurst Castle Garden (켄트): 16세기에 지어진 성곽과 탑이 있는 저택으로, 20세기 초반에 작가 비타 사크빌 웨스트와 그녀의 남편 하롤드 니콜슨이 정원을 조성하면서 유명해졌다. 정원에서는 다양한 식물과 꽃들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장미와 백합이 유명하다.
St Michael’s Mount (콘월): 콘월 해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성당과 성곽이 있는 저택이 있다. 섬은 조수에 따라 다리로 연결되거나 떨어져 있으며, 보트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섬은 8세기부터 수도원으로 사용되었으며, 17세기부터 스토브런 가문의 소유다.
Cliveden (버크셔): 17세기에 지어진 웅장한 저택으로, 영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치적 스캔들인 프로퓨모 스캔들의 현장이기도 하다. 저택 안과 밖에는 다양한 예술작품과 정원이 있으며, 템스 강변에 위치해 있다.
Stourhead (윌트셔): 18세기에 조성된 대표적인 영국식 조경 정원으로, 호수와 정원, 그리고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정원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며, 영화 '오만과 편견’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Fountains Abbey and Studley Royal Water Garden (노스요크셔): 12세기에 세워진 성당과 수도원의 폐허와 18세기에 만들어진 워터 가든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유산
Belton House (링컨셔): 17세기에 지어진 캐롤라인 시대의 저택으로, 영국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건축물과 가구, 그림 등이 있다. 저택 주변에는 넓은 정원과 공원이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다.
Waddesdon Manor (버킹엄셔): 19세기에 지어진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의 저택으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소유다. 저택 안에는 세계적인 예술 컬렉션과 가구, 그림 등이 있으며, 저택 주변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조각 공원이 있다.
Castle Drogo (데본):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영국 최초의 모던 건축물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손인 줄리어스 드로고가 건축가 에드윈 루츠킨스에게 의뢰하여 만들었다. 저택은 중세 성곽을 닮았으며, 저택 안에는 드로고 가문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는 가구와 그림, 그리고 유물들이 있다. 저택 주변에는 270헥타르의 면적을 가진 정원과 공원이 있으며, 티그너 강변에 위치해 있다.
Hardwick Hall (더비셔): 16세기에 지어진 엘리자베스 시대의 저택으로, 영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하나인 베시 오브 하드윅이 건축하였다. 저택은 대담한 건축 스타일과 많은 유리창으로 유명하며, 저택 안에는 베시 오브 하드윅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는 가구와 그림, 그리고 유명한 테이프스트리 컬렉션이 있다. 저택 주변에는 4000헥타르의 면적을 가진 정원과 공원이 있으며, 양 떼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