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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K모닝 Dec 22. 2023

영국의  크리스마스 풍경

영국 가정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엿보다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의 설날과 버금가는 한 해 중 가장 큰 명절이다.


영국 학교는 3개 학기로 구성되는데, 새 학년은 9월에 시작된다.

신학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무렵,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 되면 서머타임이 해제되어 원래 시간으로 조정이 된다.  따라서, 서머타임(4월-10월)에는 한국과 8시간,  그 외에는 한국보다 9시간이 늦다.   아이를 학교에서 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4시가 넘으면 초저녁부터 체감 시간은 한밤중으로 향한다.


한국에서는 풍요로운 햇살이, 풍족하다 못해 선크림과 긴 옷으로 피하고 싶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대신 영국에서의 햇빛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겨울이 되면 비도 자주 와서 어딘지 축축하고 음산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가운데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란, 한줄기 희망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비춰주는 연례 전통 축제인 셈이다.   


12월이 되면 Pub이나 레스토랑에 직장동료로 보이는 모임들이 유독 눈에 띈다.   예약석에는 크리스마스 크래커와 와인잔이 세팅되어 있어 연말 분위기를 북돋는다.  영국의 직장인들은 점심으로 레스토랑에서 크리스마스 정찬을 미리 즐기는 것으로 연말 파티, 종무식을 대신한다고 한다.   


많은 회사들은 12월 크리스마스를 기준으로  1월 1일까지는 회사 문을 닫고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긴다.   

12월 둘째 주부터는 아이들 방학도 시작되어 어른도 아이들도 조금은 여유 있는 연말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크리스마스 당일은 상점도 은행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아 화려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적막하다.  


유명 쇼핑몰의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을 시작으로 11월부터 본격적인 축제(festive) 분위기에 접어든다.

영국의 가정에서는 집 꾸미기를 시작으로 엄마들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세상 분주하다.   

지금부터는 내가 경험했던 영국 가정의 크리스마스 풍경이다.    




집 꾸미기

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장식품으로 집 밖을 장식하거나 거실의 트리를 설치해 밖에서 볼 수 있게 집안을 꾸민다.  현관문에는 Wreath(리스)를 걸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린다.  

장식물은 보통 12월 초에 설치되고 1월 5일 정도에 철거된다.  왜일까?  크리스마스 날을 기준으로 12일째 되는 날에 전통적으로 철거를 했다는데, 아마 크리스마스트리를 예전에는 나무로 사용했을 거라 수명을 다하는 날이 그즈음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Advent Calendar (아드번트 캘린더)

크리스마스를 D-day로 하고 12월 1일부터 한 칸씩 카운트하며 25번의 선물을 오픈하는 달력처럼 생긴 선물 박스이다.  어느 집은 조부모가 손주를 위해 매년 25칸의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사탕, 젤리, 과일,  작은 장난감 등을 담아 선물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 꾸러미를 풀어보는 재미가 있다.  성탄절을 하루하루 기다리는 설렘을 선물하는 것이다.  숍에서 파는 아드번트 캘린더는  작은 초콜릿을 매일 하나씩 먹다가 25일째는 가장 커다란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가 하면, 매일 다른  색의 매니큐어 세트도 있고, 매일 다른 향과 디자인의 핸드워셔, 핸드크림, 바디 제품 등이 담겨있기도 하다.  주류회사에서 만든 아드번트 캘린더는 매일 각각 다른 샘플러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혹은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바로 아드번트 캘린더의 해당 번호를 오픈하며 크리스마스를 카운트로 하루를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 준비

우리나라 명절에 대가족이 큰 집에 모이 듯, 영국도 부모님 댁 또는 자녀집에 모여서 크리스마스 정찬을 즐긴다.  크리스마스에 만나게 될 가족 구성원을 위한 선물과 카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가계 지출의 출혈도 큰 시기이다.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기는 1843년 많은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는 카드를 디자인하기 위해 예술가를 고용했던 Henry cole 경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성탄절 만찬 (Dinner)

영국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는 칠면조 구이, 방울 양배추 등 야채 구이, 그레이비소스로 구성된다.  민스파이와 말린 과일, 향신료, 빵가루로 만든 디저트인 크리스마스 푸딩도 인기가 많다.

아이의 첫 플레이 데이트 갔을 때, 피자로 저녁을 먹고 푸딩 줄까?라는 질문에 좋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에게 아이스크림콘을 하나 건넨다.  푸딩이라 해서 말캉한 젤리 형태의 디저트인 줄 상상했었던 나는 당황했다. 영국에서는 디저트(미국식 표현)를 푸딩으로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푸딩에는 아이스크림, 브라우니, 조각 케이크, 과일, 진짜 푸딩 등 식후 디저트를 다 포함하는 말이었다.

민스파이는 고기 저민 것을 넣은 파이인 줄 알고 몇 해 동안은 먹어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말린 과일과 민스미트라는 향신료를 섞어 만든 단맛이 나는 작은 파이로 매우 달달하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에 많이 보이는 대표적 음식이다.



크리스마스 크래커(Cracker)

영국의 크리스마스 파티나 식사에서 활용된다.  스펠링도 같은 비스킷 종류의 Cracker를  상상했지만 먹을 수 없는,  오른쪽 왼쪽에 앉은 사람들과 팔을 X자로 엇갈려 함께 당기면 폭죽 소리를 내며 분해되는 장식 중에 하나이다.  그 안에는 작은 선물, 파티 종이 왕관, 수수께끼나 농담 등이 쓰여있는 작은 종이가 있는데, 살짝 허접하지만 종이 왕관을 쓰고 그 안에 농담 혹은 지시사항 등을 서로 읽고 웃어가며 하나의 이야기 주제가 된다.


크리스마스 마켓(Market)

영국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화려한 조명으로 꾸민 작은 숍들이 모여있어,  크리스마스 기념품을 살 수도 있고, 선물을 준비하기도 좋다.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기러 한 번쯤 크리스마스 마켓을 방문한다.  몰드 와인,  와인에 각종 과일을 넣어 함께 끓여 단맛이 나는, 추운 겨울 따뜻하게 마시는 데 제격인 와인이다.  와인과 곁들이는 소시지, 민스파이 등을 함께 먹으며 마켓을 즐긴다.  사람들은 비싼 음식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려 기꺼이 지갑을 연다.   


크리스마스트리 밑 선물 꾸러미

크리스마스 전에 받은 모든 선물을 크리스마스트리 밑으로 직행한다.   그전에 식사를 하거나 만남을 가지면서 지인이나 친구들은 미리 선물을 주고받고 하는데,  카드의 내용과 선물이 궁금해도 일단은 트리 밑에 쌓아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트리 밑을 점점 채우는 선물들로 마음이 설렌다.  그날의 기쁨을 더욱 크게 누리기 위해 궁금하지만 지금은 참아본다.


크리스마스 스토킹 & 산타를 위한 다과 준비

크리스마스 때 벽에 거는 커다란 양말을 스토킹이라 하는데,  아이들은 본인의 스토킹을 벽에 걸며 산타 할아버지의 방문을 기다린다.   24일 밤에 아이들이 잠들면 부모들은 산타가 되어 귤, 작은 장난감, 초콜릿, 학용품 등으로 그 안을 채운다.  산타가 방문하시면 드시라고 민스파이와 우유 한 잔을 트리 밑 혹은 스토킹 근처에 두는 것까지 완료하고 아이들은 잠자리에 든다.  물론, 부모들은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 산타 대신 스토킹을 채우고 민스파이도 한입 물고, 우유도 반쯤 비워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크리스마스 공연(팬터마임)

팬터마임, 내가 아는 팬터마임은 얼굴을 하얗게 피에로 같은 분장을 하고 대사 없이 몸으로 연기하는 것이었는데, 영국의 팬터마임은 다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동화나 구두로 전해지는 전설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우스 깡스럽게 분장한 배우들이 남녀의 성을 바꿔서 연기를 하고, 노래도 하고 농담도 던지는 팬터마임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가족이 다 함께 즐기는 공연 문화 중에 하나다.   연극 도중에 악역이 나오면 야유를 하고, 주인공이 어려움을 처했을 때는 도움을 주는 목소리로 응원하며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온 가족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극이다.  


Christmas king’s speech

크리스마스 당일 3시에는 사전녹화해 놓은 크리스마스 왕의 연설을 BBC, ITV 등의 매체에서 일제히 방송한다.  70년 전부터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전까지는 Queen’s speech였지만, 올해는 찰스와의 크리스마스 연설이 시작되는 첫해라 King’s speech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다.   




영국 엄마들로부터 하나둘 배웠던 크리스마스 전통이 매년 하나씩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닮아가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은 산타를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부모가 보도록 To, Santa로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위시리스트를 작성하고,  여전히 산타를 위한 간식도 준비한다.   밖은 조용하고 춥고 어둡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외로운 이민생활이기에 현지 가족들처럼 대가족이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지인이 함께 서로의 가족이 되어  마음을 나눔으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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