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맹호
에디터 : 박영민
7A 반의 맹호 군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맹호 군의 철학이라는 전공, 마이너한 수강 과목 목록, 남들이 잘 듣지는 않는 노래.. 굉장히 힙(?)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맹호 군이 하는 말들을 듣고 있자면 생각도 깊은 멋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맹호 군은 어떻게 이런 노래를, 이런 과목들을 듣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문대학 철학과 23학번 맹호입니다. LnL 7A에 소속되어 지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종강은 하셨나요?
오늘 기호 논리학을 끝내고 왔습니다. 하하. 시험은 다 끝났는데 아직 레포트가 남았어요.
종강하셨으면 공부 외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계실 것 같아요. 취미는 뭐가 있을까요?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취미까지는 아니지만 크로스핏도 하고 있고요.
듣기로는 검정치마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검정치마를 좋아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쯤에 친구가 검정치마 노래를 추천해 줬어요. 그래서 들어봤는데 처음에는 되게 이상했어요. 그런데 듣다 보니 가사가 신선하고 사운드에 스토리가 있는 거예요. 이런 면 때문에 듣다가 22년 11월에 발매된 앨범을 듣고 나서부터 팬이 됐어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건 작년 가을쯤이었고요.
사운드에 스토리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일단 트랙과 트랙 사이에 소리가 연결돼요. 그래서 앨범 수록곡 순서대로 들으면 소리가 딱 이어져서 한 곡을 듣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특정 앨범만 그런 거긴 하지만, 소리 자체도 처음 트랙의 시작 부분이랑 마지막 트랙의 끝부분이 소리가 겹쳐서 이게 다시 돌아가게끔 만드는 구조도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그 앨범이 가지고 있는 서사성을 소리로 표현한 게 되게 좋았어요.
크로스핏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원래는 혼자서 유산소 운동을 그냥 했었어요. 저는 보디빌딩을 하는 게 관심사는 아니었어서 유산소를 혼자 했는데, 유산소만 하는 건 또 좀 지루하잖아요. 그런데 크로스핏은 유산소도 하고 무산소도 동시에 하고, 짧으면서 밀도 있게 하니까 “이거를 하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헬스 PT를 받게 되면 유산소를 따로 해야 하니까 크로스핏을 하는 게 일석이조겠다 싶어서 등록했습니다. 크로스핏에는 어느 정도 강제성이 생긴다는 점도 있고요. 그래서 아침에 크로스핏을 하게 됐는데 크로스핏이 없는 날에는 9시에서 10시 정도로 정말 늦게 일어납니다. 11시에 수업이 있어서요.
9-10시가 늦은 거라니 굉장히 규칙적인 생활을 살고 계시네요. 혹시 MBTI가 J인가요?
네. 그런데 평소에 계획을 다 세우고 다니지는 않아요. 그냥 머릿속에 다 생각을 해둔 채로 다니는 것 같아요. 저는 계획표에 기록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그러면 평소에는 운동이랑 공부, 음악 듣기 말고는 하는 게 따로 없는 건가요?
네. 그런데 그거 말고 사람들과 얘기하고 하다 보면 하루가 그냥 다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거 말고도 뭔가를 하고 싶은데 시간상의 문제로 뭔가를 더 하는 것도 어렵고, 제가 수업 외적으로 학생자율세미나도, LNL 사람들도, 그리고 스터디도 하나 해서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공부와 이 활동들을 전부 다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다고 가정하면 하고 싶은 게 있나요?
예술을 하는 거요. 그런데 거창하게는 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못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림은 잘 못 그리고 음악적인 재주도 없는데, 저는 제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 전형적이라는 생각은 안 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를 한번 카메라에 담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공부를 하고 영화를 찍어보면 되게 재밌을 것 같고, 그거를 촬영하는 현장 분위기도 즐기면서 살 것 같아요.
나를 표출해 내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던 건가요?
네. 똑같은 공간에 있어도 어디에 관심을 갖고 뭘 유심히 보고 거기에서 파생된 생각을 어떤 걸 하는지가 사람마다 너무 다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 다른 시선을 내가 영상으로 담아내서 미래의 내가 그걸 다시 보는 것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사람을 똑같은 공간에 놔도 늘 똑같은 것을 보지는 않으니까요. 내가 어떻게 대상들을 보는지를 다른 사람들이 봐준다면 그 자체로도 하나의 소통이잖아요. 그리고 실질적으로도 그걸 보고 난 다음에 그 사람들과 제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거고.
제가 딱 그런 생각으로 블로그를 했어요. 내 생각을 담고 나중에 되돌아보고, 누군가 봐주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기도 하고요.
저도 블로그를 합니다. 그런데 글이라는 매체는 제가 생각할 때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뭔가 영상이 더 현장감이 있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고, 언어화할 수 없는 어떤 순간들, 예를 들면 감정 같은 것들은 언어로 표현해 버리면 너무 압축이 되어버리니까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언어가 해상도가 너무 낮다는 말이군요.
제가 보기로는 본인뿐만이 아니라 남들에게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LnL 사람들 활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저는 아직은 고등학교 졸업한 지도 얼마 안 됐고, 철학이 내 영원한 길인지도 확신이 없고. 그냥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고 물어봤을 때 저는 뭔가 “공들여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온전히 내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그냥 뭘 하든 간에 어느 정도의 창작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게 연구가 됐든 아니면 다른 어떤 예술이나 출판 작업이 됐든 간에요.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그냥 세상에 깃발 하나 딱 꽂아놓고 가고 싶다는 느낌이군요
(맹호라는 이름과는 달리) 가죽 말고 이름을 남기겠다는 거죠.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도 솔직히 제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서 LNL사람들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가 누구와 비슷한지 비교하고 참고하기 위해서 이 비교과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동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인터뷰어님과도 자주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이유도 굉장히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인데 또 비슷한 면도 있으니까 저도 거기에서 얻는 게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을 해서 하는 거고요.
그렇군요. 지금까지 공부 외적으로 이야기를 했으니 공부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 싶은데요, 지금까지는 어떤 과목들을 들으셨나요?
아직 종강을 안 한 과목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대중예술의 이해와 그리스 기하학 수업이에요. 대중예술의 이해는 레포트만 마지막으로 남아서 별로 부담이 되지는 않는데, 그리스 기하학 수업에서 나온 과제는 그리스 수학에 관한 해외 논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거예요. 교수님이 공부 겸 나중에 한국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초벌 번역을 하는 게 과제라고 하셔서 그걸 하고 있고요. 제가 선택한 논문은 일본인 교수가 쓴 영어 논문인데 주제가 그리스 기하학에 나타난 연역적 체계를 탐구하는 거예요.
연역적 체계라는 게 어떤 이야기인가요?
저도 아직 논문을 제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그리스 수학은 현대 수학과 탐구 방식이 비슷하다는 내용이에요. 그 당시의 유클리드 기하학에 사용하는 방식이 현대 수학과 비슷하게 어떠한 기본적인 공리로부터 여러 성질을 쌓아 올리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말이죠. 이런 특이한 탐구 방식에 관해서 공부하며 그리스 기하학에서 사용하는 연역적인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공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2천 년 전의 내용들이 현대 수학의 방식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그러면 다른 과목들은 어떤 과목들이 있었나요?
문학으로 읽는 서양 문명이라는 수업이에요. 원래 이름은 서양 고전 서사시의 전통이라는 수업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학생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문학으로 읽는 서양 문명으로 마일드하게 이름은 바뀌었지만 과제랑 로드는 전혀 안 바뀌었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의 이야기를 다루는 수업은 아닙니다. 어떤 내용을 다루냐면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 같은 유명한 시인들이 쓴 책부터 시작해서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책을 보는데, 그 초점을 기사도 문학을 중심으로 잡아서 서너 권 정도를 읽는 거예요. 그래서 한 학기 동안 책 4권을 읽고 각각에 대해서 이제 매번 레포트를 쓰게 됩니다.
지금까지 들은 과목들을 보니 사람들이 보통 많이 듣는 수업을 수강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혹시 수업을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저는 1학년 때는 뭘 했냐면, 제가 앞으로 직접적으로 맞부딪히게 될, 철학에 관한 수업들은 오히려 적게 들었어요. 그렇게 한 이유가 뭐냐면, “내가 직접적으로 관심 있는 학문인 철학을 하기 전에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뭔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문학책을 많이 안 읽는 편이고, 또 그리스 로마 신화와 거기에서 파생된 문학들을 잘 몰라요. 그런데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그런 것들에 대한 비유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 수업을 선택해서 들은 거였고, 제가 이중 언어 사용이라는 수업도 들었었는데 제가 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제2외국어를 잘해야 해요. 그래서 내가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쓰고 있다는 게 나한테 무슨 의미인지를 알고 싶어서 1학기 때 그 수업을 들었었고요.
스토리가 있네요.
그리고 이번 학기에 '대중 예술의 이해'를 들었던 거는 제가 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미학적인 주제에 대해 되게 관심이 있어왔다고 늘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중에서 대중 예술이라고 분류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아는 것도 없고... 예를 들어서 웹툰이 있겠네요. 아니면 요즘에 등장한 가상 아이돌(버튜버) 그런 것도 수업에서 다룹니다. 어쨌든 대중적이지만 뭔가 고상하지는 않으면서 또 주류도 아닌 거에 대해서 제가 무지했는데, 앞으로 그런 것들을 다루게 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 수업을 수강하고 싶었어요. 특히 또 제가 관심 있어하는 아도르노라는 학자가 많이 비판을 주로 했던 게 대중 예술과 관련된 문화 산업 관련한 내용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알기 위해서는 제가 직접적으로 사례들을 알아야 하니까 수강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 기하학'은 왜 들었냐면, 그걸 개설하신 분이 철학과 교수님이에요. 이 과에 소속되신 분이 수학 강좌를 하고, 그것도 수학사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수학 자체를 한다기보다는 한 걸음 떨어져서 보는 거잖아요? 이렇게 다른 학문에 대해 메타적으로 한번 바라보는 경험을 하는 게 좀 필요한 경험인 것 같았어요. 그리스 수학에 특별히 뭔가 관심이 있기보다는 그냥 그런 생각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화학 수업도 들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10억 불 분자'라는 수업은 일단 이름이 재밌어서 들었어요. 어떻게 수업 이름이 10억 불 분자지? 이런 생각도 했었고, 입학할 때 교양과목 수강 편람을 꼼꼼히 다 읽었거든요. 그때 봤을 때 정말 뇌리에 박혀서 잊히지 않는 게 그 수업이었고, 이과 교양은 인문대에서 한 개는 꼭 들어야 하거든요. 영어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도 있구요.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졸업요건들을 한 번에 처리하기 좋다는 이야기네요.
네 맞습니다. 제가 느끼기로는 고등학교 과학을 배우는 수준에서 조금 더 위까지 배워요. 대학교 일반 화학 수준으로 어렵게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이제 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조금 더 깊게 들어가지만요. 어쨌든 제가 문과니까 모르고 있던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되게 흥미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고, 레포트를 쓰는 과제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화학적인 원리에 대한 글을 쓰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화학적인 원리라는 게 교수님 말로는 정말 화학적인 현상만 다루라는 게 아니라 생활과 관련이 있는 예를 들어서 레포트를 쓰라는 거였어요. 예를 들면 “카페인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섭취해서 그게 사회적 문제다!”라는 걸 말하라는 게 아니라 비유적인 의미에서 이 화학적 원리가 이 사회에 작용하고 있고, 어떤 비판을 우리가 할 수 있을지를 한번 써보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화학적 원리랑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던 하나의 문학 작품을 잡아서 그거에 대해서 레포트를 썼었는데 이과 교양 수업인데도 어떻게 보면 되게 문과스럽고, 동시에 화학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면 쓸 수 없는 레포트를 내주신 걸 보고서 교과목의 기획 자체가 되게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화학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주가 되는 것보다는 화학의 가치가 얼마인가를 좀 느끼게 해주는 수업인 것 같아요. '10억 불 분자'라는 이름 자체에서도 보이지만, 이런 화학적인 연구의 성과가 이 사회에 어떻게 긍정적인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역사적으로 검토하는 부분들도 많아요. 실제로 저희한테 내주셨던 부분들도 '너희가 알고 있는 화학 지식에 비추어 봤을 때, 후쿠시마의 오염수 방류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이 있을지 한번 수치상으로 파악해 보라'는 과제도 있었고, '해양 산성화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도 한번 레포트를 써보라'는 과제도 있었어요. 정리하자면 화학을 안다는 것이 인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한번 되돌아보게 해 주시는 그런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굉장히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화학을 알아야만 할 수 있게 되는 사고를 길러주는,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지 않고서는 생각이 있잖아요? 이런 것을 배울 수 있는 강의인 것 같네요.
네네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철학과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화학이라는 학문의 시초가 되는 내용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짝살짝 들으면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저는 사실 이전에는 아리스토텔레스 정도밖에 몰랐는데 그 이외에도 이후 근대 화학자들이 생각하는 데 소스가 됐던 생각들을 언제 누가 말했는가 이런 걸 좀 배우면서 좀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그렇군요. 이제 과목 관련해서는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 앞으로 듣고 싶은 수업들이 있나요?
교양은 불확정성의 수학적 원리를 듣고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이번 학기에 집합과 수리 논리를 좀 들어보면서 서인석 교수님께 좀 반해서 “서인석 교수님이 여시는 수업이 있으면 난 무조건 들어야겠다” 이게 좀 있었는데 서인석 교수님이 그 과목을 강의하시잖아요.(하하) 그리고 언어학과 수업 중에 추론과 언어 직관이라는 수업이 있거든요? 그게 언어학과에서 개설하는 신설 과목이래요. 뭔가 재밌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장은 수학 공부를 좀 해보고 싶어요. 해석학도 좋고 어쨌든 인터뷰어님이 추천해 준 선형대수학도 괜찮고. 뭐든 간에 그냥 수업을 들으면 제가 배우는 내용이 실질적으로 제 전공에 직접적인 영향은 안 주더라도 저는 그냥 그 수학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되게 재밌다고 느꼈거든요. 공부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도 늘 생기고, 혼자 교재를 봤을 때는 뭔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교수님이 어떻게 생각하면 되는지를 쫙 던져주시니까 그게 되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철학과 수업에서 선배들이 대부분 말하는 게 “교수님이 강의해 주시는 내용만으로는 사실 어렵다. 철학과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거는 스스로 철학책을 읽으면서 하는 게 훨씬 더 비중이 크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수학 공부할 때 교수님께서 던져 주시는 그런 인사이트 같은 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이번에 했고, 그런 수업을 꼭 들어보고 싶어요. 진로 관련돼서 수학을 좋아하는 거는 해보고 싶다는 건 절대 아니고, 단지 취미 정도로만요.
흥미와 저변을 넓히는 면에서 듣고 싶다는 이야기네요. 그냥 중구난방으로 이것저것 다 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어서 하는 이야기 같아요.
사실 모아놓고 보면 그 과목 간의 연관성은 사실 없죠. 근데 이제 선택을 할 때는 적어도 다 명분은 있었어요. 철학을 위한 기반 다지기로요. 결국에는 철학을 하기 위해서 하려는 거예요.
맹호 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국에는 맹호 군이 하는 일들은 전부 철학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철학이라는 학문에 도움이 되는 일이든, 아니면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답을 담아내는 영화 활동이든. 철학이란 무엇이길래, 그리고 맹호 군은 철학에서 무엇을 봤길래 이렇게 모든 일들이 철학을 위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