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만남을 시작할때는 매주 찾아올수 있다는 그의 말에 어차피 일하느라 평일에 보는건 무리니 괜찮겠다 싶었고, 관계가 안정화된 후 2주에 한번 보기로 정했을 때는 그가 한번, 내가 한번씩 가면되니깐 즉 한달에 한번만 고생하면 되니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다 그가 오기로 한날, 혹은 내가 가기로 한날 일이 생기거나 몸이 아프거나, 단풍구경시기라도 겹쳐 고속도로가 꽉 막힐것이 예상이 되면 우리는 한달내내 못보는 기간이 있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꾸준하게 연락을 해왔고,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지만....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나는 남들과 다를거라, 우리는 잘 이겨낼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남들의 걱정에도 의연한척 했지만 우리는 거리의 장벽을 이겨내지 못했다.
내가 경험한 장거리 연애의 단점을 아래와 같다.
하나. 서운한게 있어도 멀리서 온 사람에게 혹은 몇주를 기다려 만난 그에게 서운한 점을 말할 수 없다.
처음에는 데이트 장소도 여러 개 찾아오던 그가 어느순간 부터는 근처에 있는 김밥집이나, 주차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좋은 장소로 나를 데려갔다. 처음엔 그가 일하느라 바쁘니깐 내가 찾으면 되지 하고 생각했지만 점점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함이 커졌다. 하지만 멀리서 몇시간을 운전하고 온 그에게 미안해서 도저히 서운한 점을 얘기할수 없었다. 그 서운함은 커지고 커져 한번씩 헤어짐을 고하는 불씨가 되곤했다.
둘. 만나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적다.
만나는 절대적인 시간이 적다보니 우리는 남들이 평범하게 하는 데이트를 할 수 없었다. 계획형이 아닌 그가 알아온 카페에 갔을때는 이미 문을 닫은 경우가 많았고,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영화는 우리에게 포기 1순위의 데이트 코스였다.
처음에 나는 주5일 일하는 직장을 다니다가 그와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토요일 오전까지 일하는 직장으로 옮기면서 우리가 만나는 시간은 토요일 저녁~일요일 오전까지로 줄어들었다. 나는 토요일 초저녁부터 졸음이 쏟아졌고 어느날 한번 일요일 늦게 출발했다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7시간이 넘자 나는 차가 안막히는 일요일 오전에 출발해야함을 깨달았다. 우리는 항상 헤어질 시간을 염두에 둔 쫒기는 데이트를 했다.
셋. 만나지 못하는 주말엔 우울함이 심해진다.
만나지 않는 주말이면 나는 슬픈영화를 보며 눈물을 훔치면서 잠들기 일쑤였다. 그도 미안했는지 '지금갈까?' 하는 얘기를 하곤했지만 올 수 없다는 것은 그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친구들 카카오스토리나 인스타그램엔 어찌나 데이트하는 사진들이 많은지 나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곤 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도, 새해전야에도 차가 막힌다며 보지 않았고 서로 괜찮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나는 사실 내심 서운하고 우울했다.
넷. 싸우고 나서 화해가 쉽지 않다.
위에서 말한 서운함이 쌓여서, 또 결혼준비과정에서 의견충돌로 우리는 몇번 싸웠고 그때마다 바로바로 풀수 없으니 나는 싸울때마다 이별을 준비했다. 내가 그를 붙잡고 싶지만 주말이 되어야만 그를 찾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땐 월요일부터 그에게 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출근하는게 고역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와 가까이 살았다면 내가 서운한 마음이 드는 날 그를 볼 수 있다면 바로 풀렸을 일을 우리는 눈덩이 굴리듯 키우고 키워 마지막까지 가져가는 느낌이었다.
다섯. 통화가 안되면 불안감이 심해진다.
이건 개인적으로 그가 몇번 잠수이별을 고한 경험이 있어서일수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게 전화를 못받는 상황이 생겨도 나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자존심이 매우 셌던 그는 내가 교통사고가 난 날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의 전화를 받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마음이 상했는지 그 다음날 그는 하루종일 전화를 받지 않았고 나는 교통사고로 온몸이 아팠어도 그의 연락이 없는게 더욱 아팠다. 연락이 되지않아 생기는 불안감에 나는 차라리 헤어지는게 속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위 내용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임에 틀림이 없다. 그가 나와의 이별을 결심한데는 장거리라는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을 수 있고, 나도 장거리 연애 외에 그의 다양한 면으로 이별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장거리 연애에 뛰어드려는 커플들에게 이곳은 험난한 길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