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지하 주차장에 삼색고양이 한 마리가 얼어붙어있다. 웅크린 채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그냥 가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살벌하고 귀여운 눈빛은 알겠지만 괜히 안쓰러웠다. 녀석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일부로 멀찍이 떨어져 차를향해 걸었다.그리곤차 안에 있던 츄르를 손에 들고 창문을 열어 외쳤다.
"고양이야~ 츄르 줄까"
고양이 입장에선 가지도 않고 끈질기게 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주고 싶었다.츄르를손에 들고 차문을 열어 고양이를 향해 눈을 깜박거렸다. 제발 도망가지 말라는 신호를 주며 다가가갔지만 고양이는내 마음과 달랐다. 다른 차 밑으로 도망간고양이를 보고도 계속 다가갔다. 그래도 츄르를 아는지 멀리 가지 않고 바로 옆에서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었다.곁눈으로 고양이가 보고 있다는 걸 느끼고 아무렇지 않게츄르를 찢어 바닥에 짜놓았다. 냄새가 날 테니 내가 가면 이쪽으로 올 것이다. 제발 녀석이 츄르를 먹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안쓰러운 길고양이들이 많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철부지 고양이부터 그 영역에서 대빵으로 보이는 카리스마 고양이까지. 길을 걷다 보면 눈에 밟힌다. 특히 온몸에 상처가 나거나 애꾸눈이 된 고양이는 삶에 지친 우리네 모습을 보는 듯해 마음이 아릴 때가 있다.
작은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아기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온 적이 있었다. 젖도 안 땐 고양이가 몇 일째 혼자 울고 있다며 집으로 데리고 오는 바람에 강제집사가됐다. 데려온 시점이 추석이었고 암놈이었으니 '추냥이'로 불렀다. 동물용 젖병으로 몇 개월을 키웠는데 작은 아이의 비염이 심해지는 바람에 마당이 있는 고모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곳에서 새끼를 낳고 잘 지내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서운하고 미안했지만 좋은 곳에있을 거라는 바람만지니고 있다.
추냥이에 대한 아쉬움과 쏟았던 애정이 남아서인지 두 아들들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특히 큰아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가방에 츄르를 넣고 다녔다.
"웬 츄르야? 키우는 고양이도 없는데."
"학교에 고양이가 있고요. 길 가다가 고양이가 보이면 츄르를 줘요."
"길고양이가 츄르를 먹어?"
"아는 애들은 츄르 봉지만 봐도 쳐다보는데 모르는 고양이는 도망가요."
"그래? 고양이한테 츄르도 직접 먹여봤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츄르봉지를 까서 흔들면 냄새 때문에 고양이가 쳐다봐요."
"그래? 좋았겠다. 먹는 것만 봐도 기분 좋았겠네."
"지나가는 고양이 한 마리 주워 올까요?"
"아니. 안된다. 절대 안 된다."
큰아들 자취방에 가면 침대에 고양이 인형으로 가득하다. 그 상태로 잠은 어찌 자는가 싶을 정도다.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마음을 인형으로 채울 모양이지만 정리해 주고 싶어 가지고 오려면 야단 난다.
"안 돼요. 그거 선물 받은 거예요."
"그래도 이건 너무 많잖아. 인형도 많으면 먼지 날려서 안 좋아."
"아. 그래도 안 돼요. 고양이 대신에 귀엽고 보기 좋은데 그냥 두세요."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니 한 마리 키우고 싶지만 나도 피곤하다. 더 중요한 건 작은 아들의 비염이문제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만 보면 두 아들이 생각난다. 그래서 큰아들이 가방에 츄르를 넣고 다니는 것처럼 나도차에 츄르를 넣고 다닌다. 고양이와 인사하고 눈빛이 통한다 싶은 고양이에게 츄르를 주고 싶어서다. 이제껏 내 눈앞에서 먹고 가는 고양이는 한 마리뿐이었지만바닥에 짜 놓으면 먹어주는 고양이는 많았다. 짜 놓은 츄르를 고양이가 먹으면 오늘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만으로 츄르를 가지고 다니는 보람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