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곳, 청파동
가성비 좋은 아기자기한 맛집들이 즐비한 숙대입구앞
얼마 전 그 동네를 찾았다.
대학생활, 고시생활의 아둑함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찾아든 피난처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영어회화의 레벨을 차곡차곡 높이며 다니던 영어학원의 한 지점이 위치한 곳,
첫 발령처와 같은 지하철 라인을 탄다는 것 외에는.
큰 의미없이 둥지를 텄던 그 동네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중국에서 유학생활하던 동생이 함께 살기 시작했고
미국에서 만났던 교포언니가 한국에서 영어선생님으로 일하며 우리 곁에 머물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던 남자사람 인연들과의 신기한 일들도 이 집에서 살 때 있었고
결혼도 했다.
변화가 많은 집이었다.
상처도, 화해도, 추억도.
얼마 전에 그 동네를 찾았다.
어린 딸과 함께.
그 동네 always편의점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은 이야기책이다.
딸이 읽고 싶다고 해서 읽기 시작한 소설이다.
크게 잘 되지 않아도 된다면
불편한 편의점처럼
꿈을 위해 잠깐씩 머물다 떠나는 동료들
오고 가는 손님들의 이야기가 담기는 장소를 운영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책방을 운영해보고 싶다.
내가 읽고 싶은 책들로만 구성된 큰 도서관.
알바생들이 오고가고
손님이 왔다가지만
굳이 붙잡지도 보내지도 않는
그냥 있는 가게
하릴없이 나가고 싶을 때 나가서 휘 둘러보고
잠깐 앉아서 책도 읽고 수다도 떨다
그저 일어서서 다른 볼일을 보러 가는 그런 서점
누구든 쉬었다 가는 곳이 될 수 있는 점방말이다.
매순간 의미를 찾는 고단한 나에게
이 책이 그렇게 아무렇게나 말을 걸어왔고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