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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세상을 냉철하게 통찰하는 호랑이입니다. 야옹.
사회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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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12 ― 여름 천변, 서울」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저녁에 우는 새를 보았어. 어스름에 젖은 나무 벤치에서 울고 있더군. 가까이 다가가도 달아나지 않아서, 손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어도 날아가지 않아서, 내가 허깨비가 되었을까 문득 생각했어 무엇도 해칠 수 없는 혼령 같은 게 마침내 된 걸까, 하고 그래서 말해보았지, 저녁에 우는 새에게 스물네 시간을 느슨히 접어 돌아온 나의 비밀을, (차갑게)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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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9.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10」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2025.3.28. 그대의 이면이 이다지도 낯설지만. 보름 조금 지난 달이 낯설다. 태어나 한 번도 보지 못한 형상, 위쪽의 반원이 미묘하게 움츠러든. 강을 따라 걷던 우리들 중 하나가 말한다. 그야 여기는 무척 남쪽이니까, 우리들의 도시는 무척 북쪽이었으니까. 비스듬한 행성의 축을 타고 그토록 멀리 미끄러져 내려왔으니 시선의 각도에 맞추어 달의 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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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7.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9―탱고 극장의 플라멩코」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정면을 보며 발을 구를 것 발목이 흔들리거나, 부러지거나 리듬이 흩어지거나, 부스러지거나 얼굴은 정면을 향할 것 두 눈은 이글거릴 것 마주 볼 수 없는 걸 똑바로 쏘아볼 것 그러니까 태양 또는 죽음, 공포 또는 슬픔 그것들을 이길 수만 있다면 심장에 바람을 넣고 미끄러질 것, 비스듬히 (흐느끼는 빵처럼 악기들이 부풀고) 그것들을 이길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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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6.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8」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흰 지팡이를 짚은 백발의 눈먼 남자 둘이서 앞뒤로 나란히 구두와 지팡이와 리듬을 맞춰 걷고 있었다 앞의 남자가 더듬더듬 상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뒤의 남자는 앞의 남자의 등을 보호하듯 팔로 감싸며 따라 들어갔다 미소 띤 얼굴로 유리문을 닫았다 2025.3.26.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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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5.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7 ― 오후의 미소」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거울 뒤편의 백화점 푸드코트 초로의 지친 여자가 선명한 파랑색 블라우스를 입고 두 병째 맥주를 마시고 있다 스티로폼 접시에 감자튀김이 쌓여 있다 일회용 소스 봉지는 뜯겨 있다 너덜너더 뜯긴 경계에 달고 끈끈한 소스가 묻어 있다 텅 빈 눈 한 쌍이 나를 응시한다 너를 공격할 생각은 없어 라는 암호가 끌어올린 입꼬리에 새겨진다 수십 개의 더러운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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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4.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6 ― 중력의 선」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사물이 떨어지는 선, 허공에서 지면으로 명료하게 한 점과 다른 점을 가장 빠르게 잇는 가혹하거나 잔인하게, 직선 깃털 달린 사물, 육각형의 눈송이 넓고 팔락거리는 무엇 이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선 백인들이 건설한 백인들의 거리를 걷다가, 완전한 살육의 기억을 말의 발굽으로 디딘 로카의 동상을 올려보다가 거울 이편과 반대편의 학살을 생각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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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3.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5」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시계를 다시 맞추지 않아도 된다. 시차는 열두 시간 아침 여덟 시 덜덜덜 가방을 끌고 입원 가방도 퇴원 가방도 아닌 가방을 끌고 핏자국 없이 흉터도 없이 덜컥거리며 저녁의 뒷면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2025.3.21. 엉겨붙은 역경의 과거를 털어낸 새로운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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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0.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4 ─ 개기일식」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생각하고 싶었다 (아직 피투성이로) 태양보다 400배 작은 달이 태양보다 400배 지구에 가깝기 때문에 달의 원이 태양의 원과 정확하게 겹쳐지는 기적에 대하여 검은 코트 소매에 떨어진 눈송이의 정육각형, 1초 또는 더 짧게 그 결정의 형상을 지켜보는 시간에 대하여 나의 도시가 거울 저편의 도시에 겹쳐지는 시간 타오르는 붉은 테두리만 남기는 시간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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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9.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3 ─ J에게」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조용히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면서 더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말했다 너, 요즘은 아주 빠르게 걷는구나 학교 다닐 때 너는 아주 빠르게 걷거나 아주 느리게 걷는 아이였는데 졸업하고서 한참 뒤에 내가 아주 느리게 걸을 때 너를 보고 싶었던 건 네가 아주 느리게 걷던 아이였기 때문이었는데 그때 만일 갑자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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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2」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빛을 던진다면 빛은 공 같은 걸까 어디로 팔을 뻗어 어떻게 던질까 얼마나 멀게, 또는 가깝게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때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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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7. 2025
수상한 시집
「거울 저편의 겨울」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1 불꽃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파르스름한 심장 모양의 눈 가장 뜨겁고 밝은 건 그걸 둘러싼 주황색 속불꽃 가장 흔들리는 건 다시 그걸 둘러싼 반투명한 겉불꽃 내일 아침은 내가 가장 먼 도시로 가는 아침 오늘 아침은 불꽃의 파르스름한 눈이 내 눈 저편을 들여다본다 2 지금 나의 도시는 봄의 아침인데요 지구의 핵을 통과하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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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6. 2025
수상한 시집
「날개」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그 고속도로의 번호는 모른다 아이오와에서 시카고로 가는 큰길 가장자리에 새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바람이 불 때 거대한 차가 천둥 소리를 내며 지나칠 때 잎사귀 같은 날개가 조용히 펄럭인다 십 마일쯤 더 가서 내가 탄 버스가 비에 젖기 시작한다 그 날개가 젖는다 2025.3.14. 한없이 아른거리는 침묵의 아우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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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3. 2025
수상한 시집
「몇 개의 이야기12」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2025.3.13. 응어리 지어진 깊은 탄식을 주춧돌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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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2. 2025
수상한 시집
「몇 개의 이야기6」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2025.3.12. 시린 밤의 가혹함도 녹여주는 그 아늑한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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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1. 2025
수상한 시집
「저녁의 소묘4」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잊지 않았다 내가 가진 모든 생생한 건 부스러질 것들 부스러질 혀와 입술, 따뜻한 두 주먹 부스러질 맑은 눈으로 유난히 커다란 눈송이 하나가 검은 웅덩이의 살얼음에 내려앉는 걸 지켜본다 무엇인가 반짝인다 반짝일 때까지 2025.3.10. 녹아내릴지언정 영영 지워지진 않을 거란 믿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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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9. 2025
수상한 시집
「심장이라는 사물2」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오늘은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벽에 비친 희미한 빛 또는 그림자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2025.3.10. 그 지극한 떨림과 울림이 모자란 곳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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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9. 2025
수상한 시집
「다시, 회복기의 노래. 2008」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은색 꼬리날개가 반짝이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을 본다 오른쪽 산 뒤에서 나아와 새털구름 안쪽으로 살라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은색 꼬리날개가 빛나는 비행기가 같은 길을 긋고 사라진다 활활 시퍼렇게 이글거리는 하늘 의 눈〔眼〕 속 어떤 말, 어떤 맹세처럼 활공해 사라진 것들 단단한 주먹을 주머니 속에 감추고 나는 그것들을 혀의 뒷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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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6. 2025
수상한 시집
「그때」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내가 가장 처절하게 인생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헐떡이며 클린치 한 것은 허깨비였다 허깨비도 구슬땀을 흘렸다 내 눈두덩에, 뱃가죽에 푸른 멍을 들였다 그러나 이제 처음 인생의 한 소맷자락과 잠시 악수했을 때, 그 악력만으로 내 손뼈는 바스라졌다 2025.3.6. 허상이 아닌 현실을 마주하는 그 순간에 알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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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5. 2025
수상한 시집
「회복기의 노래」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2025.3.5. 고독의 그림자가 잠식할 즈음 환히 비추는 영롱한 햇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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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4. 2025
수상한 시집
「자화상. 2000. 겨울」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초나라엣 한 사나이가 살았다 서안으로 가려고 말과 마부와 마차를 샀다 길을 나서자 사람들이 말했다 이보오, 그쪽은 서안으로 가는 길이 아니오 사나이가 대답했다 무슨 소리요? 말들은 튼튼하고 마부는 노련하오 공들여 만든 마차가 있고 여비도 넉넉하오 걱정 마시오, 나는 서안으로 갈 수 있소 세이 흐른 뒤 저문 사막 가운데 먹을 것도 돈도 떨어지고 마부는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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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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