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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종축 기지에서」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어미돼지들의 큰 구유들에

벼 겨, 그리고 감자 막걸리.

새끼돼지들의 구유에

만문한 삼배 절으메, 껍질 벗긴 삶은 감자,

그리고 보리 길금에 삭인 감자 감주.


이 나라 돼지들, 겨웁도록 복되구나

이 좋은 먹이들 구유에 가득히들 받아,

하늘 아래 첫 종축 기지로 오니

내 마음 참으로 흐뭇도 하구나.


눈'길이 모자라는, 아득히 넓은 사료전에

맥류며, 씰로스용 옥수수,

드높은 사료 창고엔 룡마루를 치밀며

싸리'잎 봇나무'잎, 찔괭이'잎, 가둑나무'잎…


풀을 고기로의 당의 어진 뜻

온 밭과 고'간과 사람들의 마음에 차고 넘쳐.

하늘 아래 첫 종축 기지로 오니

내 마음 참으로 미쁘기도 하구나.


흐뭇하고 미쁜 마음 가슴에 설레인다.

이 풀밭에 먹고 노는 큰 돼지, 작은 돼지

백만이요, 천만으로 개마고원에 살찔 일 생각하매,

당의 웅대하고 현명한 또 하나 설계가

조국의 북쪽 땅을 복지로 만드는 일 생각하매.


북수백산 찬바람이 내려치는 여기에

밤으로, 낮으로, 흐뭇하고 미쁜 일 이루어가며

사람들 뜨거운 사랑으로 산다―

돼지 새끼 하나 개에게 물렸다는 말에

지배인도, 양돈공도 안타까이 서둔다.

그리고 분만 앞둔 돼지를 지켜

번식돈 관리공이 사흘 밤을 곧장 세운다.


이렇듯 쓰다듬고, 아끼며

당의 뜻 받들고 사는 사람들

아늘 아래 첫 종축 기지로 오니

마음은 참으로 뜨거워온다.


내 그저 축복 드린다.

하늘 아래 첫 종축 기지의 주인들에게

기쁨에 찬, 한량없는 축복 드린다.




2025.10.23. 이제는 슬픔도 가난도 종속도 없으리라는 희망의 줄기를 맞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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